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지지율에 두 자리 숫자로 밀리자 민주당에서 ‘이해찬 등판론’이 급 부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여론조사기관 뉴스토마토가 13일과 14일 양일간 이재명·윤석열 양당 대선후보 간의 가상 대결 조사결과 윤 후보는 52.7%, 이 후보는 34.8%로 오차 범위 밖 두 자리 간격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일~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은 45.6%로, 이 후보(32.4%)를 13.2%포인트 나 앞섰다. 이 후보의 열세는 지난 5일 국민의힘 경선 이후 계속되고 있다. 윤 후보가 대선후보 경선 컨벤션 효과를 업고 1위로 올라선 뒤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여파와 본인의 좌충우돌 리스크로 줄곧 지지율이 30%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유를 보이던 민주당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당내서는 “이해찬 선대위 상임고문을 전면에 내세워 실권을 쥐고 ‘김종인 카드’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17일 국민의힘 쪽에서도 윤 후보가 이준석 당 대표와의 회동을 다음 주로 미루고 이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서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를 했고 금명간 국민의힘 선대위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선대위의 전권을 쥐게 될 김 전 위원장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과거의 선거 비책을 이번에는 어떤 모양새로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김종인의 등판이 확실해지자 민주당으로서도 김 전 위원장의 경륜과 전략에 맞설 수 있는 당내 인사로는 이해찬 전 대표가 거의 유일한 만큼 현재로써는 이 전 대표 등판에 대해 좌고우면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자 최근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과 선거대책본부에 강력하게 분발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사태가 심상찮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자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사며 선거 전략가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민주당 소속 초선·비례 의원들과 국회서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서 그는 “앞으로 3~4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하고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대위에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격분했다. 그는 “지금 후보만 죽으라 뛰고 있다”,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민주당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선대위에 들어와 후보를 도와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곽에서 선거를 도우는 것이 더 맞다” 며 선대위 참여에 선을 그었다.

선거 전문가들도 민주당 이 후보가 밀리는 판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을 하고 있다. 현 판세는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교체’로 기울어진 여론 지형이 형성돼 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뀌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을 총사령관으로 앞세우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국민통합위원장에 영입해 진보·보수 진영 인사들을 참여시켜 외연을 확장하면서 갈라진 국민 여론을 한 데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나경원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김기현 원내대표 등 10명 안팎의 인사를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에 참여시켜 본격적 대선 페달을 밟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선을 110일 앞두고 민주당·국민의힘 양당이 사활을 건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양당 모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꼭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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