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제20대 대선일이 90여 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선두를 계속 유지하자 윤 후보 선대위에서는 벌써 정권을 잡은 듯 중진들의 내 몫 챙기기와 인사 견제 등 갖가지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의 ‘문고리 3인방’이 다시 소환돼 윤석열 ‘문고리 3인방’이라는 글들이 나돌고 있다. 문고리로 지명된 당사자는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여기에 재야 정치 평론가들까지 가세해 국민의힘 선대위의 콩가루 같은 내부 사정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을 두고도 이준석 대표는 “예의를 갖춰 모셔와야 한다”는 영입론을, 선대위 측은 ‘영입’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김병준 단일체제’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선대위가 충청권 방문에 자신도 동행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과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영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가 무시된 점등이 폭발, 지난달 29일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는 짧은 글을 남기고 30일부터 무기한 당무 보이콧을 하고 전국을 배회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공동선대위 상임위원장과 당 대표를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 흑서’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윤 후보 최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문고리 3인방’의 한사람, ‘장순실’이라는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권 변호사는 이 글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 후보 간의 지난 11월 27일 만찬회동을 “김종인 상왕설이라는 말을 퍼트려 김 전 위원장이 ‘문고리 3인방’이 어른거린다고 한 세력(권성동 당 사무총장, 장제원 의원, 윤한홍 당전략기획부총장)이 김 전 위원장 영입이 무력화되도록 하는데 결국 승리를 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윤캠(캠프)은 3공 말 상황으로 보인다. 차지철 역할을 지금 장제원이 하고 여의도 바닥에는 벌써 ‘장순실’이라는 말이 나도는 모양”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딸 채용비리 김성태 임명하는 거나, 철 지난 지역주의로 충청도 일정을 잡는 거나 웬만한 돌머리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라며 “다 장제원 머리에서 나온 거라 본다. 후보 곁을 떠난다고 말한 건 대국민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참여가 잠시 불발된 것을 협상 결렬이라고 칭하며 제가 이를 반겼다고 주장한 근거는 무엇인지 권 변호사는 밝혀야 할 것이라”라고 했다. 그는 또 “총괄선대위원장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국민들의 민심을 정확하게 들으시길 바란다”며 “도대체 지금 누가 후보를 힘들게 하고 누가 후보의 앞길을 막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불협화음도 그동안 여러 차례 있어 왔다. 당 대표를 무시하고 중요 결정 사항을 패싱한다는 이 대표의 쌓인 불만이 이번에 당무 보이콧 등으로 표출됐다고 보겠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채널A가 지난달 말 조사 의뢰한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이재명 후보 35.5% 윤석열 후보 34.6%로 윤 후보가 대선 출마 이후 처음으로 이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윤 후보 지지 청년 일부도 이준석 당 대표 무시에 반발해 지난 1일 민주당으로 옮겨 가는 등 윤 후보 지지세가 무너지고 있다. 윤 후보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석열-김종인의 파열음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김종인을 쓰겠다면 힘을 실어줘서 데려오고 그러지 못하겠다면 ‘김종인 카드’를 접어라. 전국을 배회하는 당 대표도 끌어안으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의 핵심관계자) 문제도 매듭을 지으라. 이것이 리더십이다. 무너지는 지지세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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