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서울 서초동 법조청사 주변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이렇게 평한다. “‘의리의 사나이’- 후배가 실수를 해도 바로 책임을 묻기보다는 감싸 안고 가는 성격의 소유자” 이제 윤 후보는 이런 주변의 평가에서 결연하게 벗어나야 한다. 지난 6일 자로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를 제20대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메머드 선거대책 본부를 출범시켰다. 후보 선출 31일 만에 선거본부가 뒤늦게 닻을 올렸다. 윤 후보는 지난 세월 동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 이준석 대표의 잠행 소동, 일명 ‘윤핵관’ 인사들의 파워게임 등 오랜 진통 끝에 이날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본격적 선거전에 돌입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연설문에서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 뜻 하나만 같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선대위를 둘러싼 그간의 갈등을 반증하는 발언이다.

모든 선거의 승패는 사람에 달려있다. 이제 윤 후보는 측근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인사를 적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측근이라도 가차 없이 제거하는 권력의 공정성과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워 온 윤 후보가 측근에게 ‘의리의 리더십’을 계속 보인다면 본말전도(本末顚倒)로 선거의 결과는 뻔한 현실이 된다. 비록 정권교체에 성공한다고 해도 정파적이고 ‘내로남불’의 문재인 정권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지난 한 달 사이 윤 후보는 경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재원 의원이 아들 논란으로 물러나겠다고 하자 이를 반려했고, 장 의원이 재차 사의를 표하고 나서야 수용했다. 그 뒤 윤 후보는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다시 중용하려 했지만 김종인 위원장과의 갈등설이 제기되자 뜻을 굽혔다. 그 후 장 의원 스스로가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장 의원은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로부터 ‘문고리 3인방’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딸의 불법 채용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됐던 김성태 전 의원 역시 논란이 커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지금 야권 지지자들이 윤 후보에게 원하는 것은 ‘의리’가 아닌 ‘인사의 단호함’이다. 이런 혁신의 결단력 없이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6일 선대위 발족식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윤핵관’이라고 하는 사람들, 그게 진짜 털에 기생해서 사는 뭔가 파리떼, 진드기 같은 분들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 어떻게 하면 이분들을 좀 일거에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방법은 김종인 위원장님이 원톱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 목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김 총괄위원장이 있는 이상 최소한 그분들이 막 설치기는 어렵고 그런 면에서 일단은 깨끗하게 코끼리 털의 면도가 됐다”라고 본다. 이 대표 말대로 국민의힘 선대위 주변에는 ‘윤핵관’을 자칭하는 파리떼들의 입김이 아직도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출범한 선대위 주요 보직에는 낯익은 야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가득하고 대표적 중도 진보 인사인 김경률 회계사와 권경애 변호사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 주변에 인의 장막이 아직도 처져 있다는 증거다. 윤 후보가 중도적 진보세력과 중도층까지 한데 모아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일찍이 공언해 왔으나 “아직도 검사 인사 스타일을 버리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측근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의 순간’도 소리 없이 날아간다. 윤 후보는 지금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와 “국민들이 왜 나를 이 자리에 소환했는가”를 항상 되뇌이고 성찰해야 될 것이다. 그러면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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