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전주에서 진행된 ‘2030 청년들과의 토크 콘서트’에서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연호하는 걸 청년에게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정치인은 지지를 먹고 산다. 소심하고 위축될 때 누가 막(응원) 해주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하다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닌가”라고 예를 들었다. 아무도 “박근혜를 존경하냐, 미워하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꺼낸 얘기다. 그랬던 그가 보수층 표를 의식해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 아니냐’ 는 등 여러 해석이 나오자 나흘만인 지난 7일 서울대학교 초청 강연회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그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며 조롱하듯 본인 말을 뒤집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는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런 그는 지난 10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때 전 전대통령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 반란범”이라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묘지 입구에 깔린 ‘전두환 비석’을 밟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런 그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전 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공(功)을 인정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5·18 유족들은 침묵을 했다. 이 후보는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적이 없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다. 친일매국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고 했다. 며칠 전 칠곡 다부동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하고 박 전 대통령이 세운 구미 금오공대를 찾아서는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자신의 중요한 비전에 ‘독재자’라던 박정희를 굳이 끌어들여 지역민의 민심을 사려고 했다. 한 입에서 득표 전략에 따라 광주에서 한 말과 경북에서 한 말이 이렇게 달라졌다.

이 후보의 말 바꾸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대표적 공약인 국토보유세 신설 경우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이 재원으로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는 등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국민이 반대를 하면 안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 10월 28일에는 소상공인들과의 만남에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하면 어떡할까, 200만, 300만원 받고 팔 수 있게”라고 했다가 국민의힘에서 “히틀러·나치 때도 그런 짓을 안 했을 것이다”는 반격이 쏟아지자 며칠 뒤 “공약을 하겠다고 한 것 아니다”고 발뺌을 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로 야권에서 자신을 지목하고 있는데도 “대장동 몸통을 놔두고 자꾸 엉뚱한 데를 건드린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비서관을 역임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최근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데 대해 “지난 5년간의 평가는 문재인 정부가 진실한 성찰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수사를 “민주주의의 도전”이라고 반박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 이재명 후보의 정무실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민주당의원은 최근 “문 정부가 집값 잡기 실패를 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1년 전에는 집값 폭등을 “정책 실패가 아닌 시장의 실패”라고 엇박자를 놓는 발언을 했다. 그도 이 후보 캠프 공동상황실장이다. 국회 기재위원장으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등 소득세법개정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기립박수로 일방 처리한 윤후덕 민주당의원이 최근 “양도세 중과유예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즉각 반대를 했다. 그는 이 후보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국민은 이들의 조개모변(朝改暮變)식 공약과 발언을 어디까지 진실로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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