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40%대의 국민이 왜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 일이 있느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지지 국민이 무엇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거기에 부응한 조치들을 해야 한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 당 내분을 대하는 윤 후보의 처사 또한 리더십에 문제가 많음을 보여 주고 있다. 선거를 70여 일 앞둔 정당이라고 믿기 어려운 희한한 행태가 지난 20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있었다.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경력 의혹에 대응하는 방식을 놓고 사달이 났다. 김씨 의혹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덮고 가자는 쪽과 그래서는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쪽이 충돌했다. 당시 이준석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 겸 선대위 공보단장에게 “내가 상임선대위원장인데 누구 말을 듣느냐”고 하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당 대표의 지시를 받아야 하느냐”고 받아치며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하자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조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사과한 뒤에도 몇몇 기자에게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서 있은 이 대표 발언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냈다. 이를 본 이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그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 대표직만 남기겠다며 “선대위에 어떤 미련도 없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언론을 통해 사퇴의 직접적인 계기는 “국민의힘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경력 의혹과 관련해 ‘시간 강사 채용 방식 등은 관행이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말이 되느냐”며 반대 의견을 냈더니 바로 윤 후보측에 “이준석이 선거를 안돕는다”는 식으로 보고가 들어가고 조 최고위원이 회의 석상에서 반발 발언을 하는 등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울산회동으로 선대위 출범에 합의한 지 18일만에 선대위가 파행을 맞았다.

이번 사태로 윤 후보의 조직관리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사건 대응도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초반엔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나”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커지자 뒤늦게 조 최고위원에게 이 대표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했으나 이 대표의 사퇴는 막지를 못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공보단장이 공개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하극상이다. 후보와의 친밀도를 믿고 한 행위라면 더더욱 해당(害黨) 행위인 셈이다. 적어도 이 사태 후 윤 후보는 조 최고위원을 재빨리 사퇴시켰어야 했었다. 윤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대위 공보단장이 상임선대위원장에게 항명을 했는데도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런 민주주의가 있나.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 이런 인사정책을 편다면 ‘편가르기 인사’를 전횡한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이 대표도 선거일을 100일도 안 남겨 둔 상태서 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사퇴한다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다. 당 안팎에선 지난 3일의 ‘울산 회동’으로 이른바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 체제가 완성됐지만 반창고 하나 붙인 정도(당 관계자)로 어정쩡하던 상태에서 벌어진 ‘예견된 참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없는 선대위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가 없다. 김 위원장은 온갖 논란 끝에 원하던 총괄 선대위원장이 됐다. 이번 일이 사달이 나기 전에 당내 문제의 핵심인 ‘윤핵관’ 인선의 교통정리부터 했어야 했다. 현재의 선대위 분란도 빠른 시간안에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일 하나 매듭짓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큰소리’는 무엇이었나 싶다. 국민의힘은 윤석열로부터 국민의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는 있는가. 500여명으로 짜여진 대규모 선대위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심한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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