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31일) 자로 특별 사면 복권됐다.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대선 후보 진영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앞으로 대선판에 미칠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의 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 조치로 이날 자로 ‘자유의 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사면 소감으로 밝힐 예정인 ‘국민에게 보낼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민주·국민의힘 양 대선 후보 진영에는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그동안 줄곧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후보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쪽이 신경이 더 예민해져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사실상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전권을 휘두른 위치에 있었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탄핵 정국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주도한 장본인이고 현직 국민의힘 의원들 중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찬성으로 돌아선 ‘배신의 동지’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악연의 두 매듭을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어떻게 풀 것이냐에 따라 대선의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 여하에 따라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대선 여론 조사기관의 분석가들도 이번 대선의 당락 표 차이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5% 포인트)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분석에 따를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발표할 대국민 메시지나 정치적 발언에서 ‘정권 교체’에 방점을 찍을지, 윤 후보가 적폐 청산에 앞장선 부분에 방점을 찍을지에 따라 대선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윤 후보가 ‘탄핵의 늪’에 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탄핵의 강’을 건널 교두보를 마련할 수도 있게 된다.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이번 사면을 청와대의 교묘한 ‘대선 이간계’의 정치적 사면이라고 보고 있다. 홍준표 의원도 이번 사면을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反間計)로 야당 대선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離間計)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대국민 메시지에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일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 이외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보수 분열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면 소식을 듣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 대통령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입장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정권교체보다는 정권유지 쪽으로 기울 수 있고 정치적 인사말로 치부할 경우 정권교체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 3일 시중에 판매될 예정인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모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책의 내용에 따라서도 대선판에 거센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 한 많은 한 여인이 품은 한(恨)이 어느 진영에 ‘오월비상(五月飛霜)’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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