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권자는 자신의 눈높이와 맞는 지도자를 원한다. 대단한 경력자나 유능한 인물보다는 일꾼처럼 국민을 섬길 자세가 되어 있는 지도자를 따른다. 군림하려는 자, 유능함이 선을 넘는 지도자는 자칫 정치를 독재로 할 개연성이 높아 경원시한다. 요즘 유권자가 바라는 평균적인 리더의 모습이다. 선거에서 ‘내가 최고’라는 자만에 빠지는 후보는 자신에게는 최악의 함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까지 유권자가 선호하는 이런 평범한 리더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문재인 정부와 1년여에 걸쳐 정의와 공정을 앞세운 법치 투쟁으로 단기필마로 권력과의 대척점에 맞섰던 용기와 맷집에 국민들의 절대적 호응으로 현직 검사가 초유의 야당 대선후보의 입지에 올랐다. 단박에 국민지지율이 40%를 상회하자 ‘파리떼’ 정치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추종자들은 윤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잦은 달콤한 말 만 쏟아내고 쓴말을 하는 사람은 숨어 버리고 윤 후보도 이런 쓴 말을 기피한 듯 보였다. 추종자들은 윤 후보를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모셨다. 윤 후보도 이들의 ‘아부 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한때 오만함에 빠져든 모습까지 보였다. 여기다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까지 겹쳐 40%대의 높았던 지지율이 20%대로 수직 낙하했다가 최근 지지율이 30%대로 반등하고 있다. 앞으로 한 차례 더 당내 갈등이 터질 경우 윤 후보의 대선 앞날은 절망으로 바뀔 것은 자명해진다.

지난 9일 CBS가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발표한 대선 여론 조사(7일~8일)결과 이재명 후보 35.7% 윤 후보 25.2%, 안철수 후보 12.8%로 나타났다. 안 후보가 10%대를 넘어서는 약진을 보이자 야권에선 벌써부터 윤·안 후보 간의 단일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윤·안 후보 간 단일화로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윤 후보 34.4%대 이 후보 33.6%, 안 후보 42.3%대 이 후보 28.9%로 나타났다. 안 후보가 이 후보를 표본오차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13.4%포인트나 앞섰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지난 6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선대위 운영방식을 놓고 극한 갈등을 빚다 극적인 화해를 했다. 이후에도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윤핵관’의 입김이 사라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선대위에는 2인 3각 행보의 ‘지뢰밭’이 곳곳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장에 대선과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도 윤 후보 측과 이 대표가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재·보선은 서울 종로, 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남구,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 인사는 “공천 사무는 대표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달 말께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윤 후보 측에서는 지난 6일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 대표가 반대를 했던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강행 한 것이 3·9 재·보선과 6·1 지방선거까지 내다본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매머드 선대위를 슬림형구조로 바꿨으나 기존 선대위 멤버 상당수가 공식직함은 없어졌으나 측면에서 윤 후보를 돕는 활동은 여전하다는 것. 이 때문에 또 한차례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의 암투가 재현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 세간에서 들리고 있다. 윤·이 두 사람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한다. 윤 후보가 백 보 양보를 해서 이 갈등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윤 후보는 자신에게 정권교체의 기대를 하는 많은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인내의 결과는 결실이 크다. 이제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신경을 써야 될 시점이다. 앞으로 안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윤·안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가 대권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정권교체에 방점을 두는 대의(大義)의 정치인이 되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