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요즘 행태가 ‘큰 정치인’의 이름과는 격이 너무 다르게 보인다. 내로남불 정부 문재인 정권에 절망한 많은 국민이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는 현실을 홍 의원은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2020년 4·15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지역에 출마한 홍 의원의 지역구 주민으로서 이참에 쓴소리를 드리려고 한다. 홍 의원은 지난해 6월 무소속의 유랑 세월 1년 3개월 만에 친정인 국민의힘으로 복당을 했다. 지역구의 많은 주민들도 환영을 했다. 원로정객으로 불리는 현역 정치인이 소수인 우리나라 정계에 홍 의원은 집권당 대표와 대통령 선거 출마, 5선 국회의원에다 경남지사 재선을 지낸 감히 아무나 할 수 없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대권의 꿈을 가진 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20대 대선후보로 나서 최종 결선투표에서 차점으로 탈락했다. 이후 홍 의원의 행보는 국민의힘 내부 총질로 가닥을 잡은 ‘몽니행적’을 보여왔다. 탈락의 쓰라림은 본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겠지만 그 상흔의 원성(怨聲)을 전적으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선대본부를 과녁으로 삼았다. 지난 2개월여 동안 홍 의원이 보인 윤 후보를 향한 ‘내부총질’은 홍 의원의 그 화려한 경력을 하루아침에 시정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시정의 잡배들도 이 정도의 찌질한 추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홍 의원이 경선 탈락 후 백의종군 하겠다”고 한 후 등 뒤에서 내부 총질을 해대는 억하심정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유권자들은 “지금이라도 홍 의원이 선사후당(先私後黨)의 속 좁은 이기심에서 벗어나 당을 위한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금 홍 의원은 춘추시대 오왕 부차(夫差)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하며 차기를 노리는 대인의 끊기와 품위를 선거구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흔을 앞둔 노정객이 스스로 ‘꼰대’의 무덤길을 왜 자초하는지 안타깝다.

사단의 정점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한 자리에서 대선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소위 ‘홍핵관’ 인사를 ‘전략공천’하는 제안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윤 후보 측으로부터 ‘구태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이 “당의 지도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후 홍 의원은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아 윤핵관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어 “권 본부장을 시켜 비난하는 건 공천 추천 요구가 아닌 처가비리 엄단 등의 말에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고 윤 후보를 향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2일에는 윤 후보를 두고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의 ‘면후심흑(面厚心黑)’이라는 사자성어로 직격했다. 사실상 국민의힘 선대위에 ‘원팀’으로 합류키로 했던 약속이 무산됨을 알리는 발언이었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에는 “내 발로는 당을 못 나가겠고,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홍 의원은 소통 채널인 ‘청년의 꿈’ 문답코너를 통해 끊임없이 윤 후보측에 대고 몽니를 부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4일에는 국회 사무실에서 안철수측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30여 분간 비공개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윤 후보측의 신경을 건드리는 이런 행태는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찌질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홍 의원이 차기에 대붕(大鵬)의 뜻을 펼치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윤 후보와 손을 맞잡고 정권교체에 힘을 쏟아라. 비열한 짓은 내 자신을 죽이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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