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달 중순 야권 단일화 문제가 대두됐을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저는 단일화에 관심 없습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의 ‘윤핵관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시기였다. 반사 작용으로 국민의당 안 후보의 지지율이 5%대에서 12~15%대 두 자릿수로 급상승하던 때다. 안 후보는 지지율에 고무돼 “단일화는 생각한 바도 없고 단일화한다면 ‘안일화’ 뿐이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든 그가 한 달 만에 “단일화하자”고 후보 등록 첫날 윤 후보에게 전격 제안했다. 그는 단일화 제안의 서두에 “기저질환이 있는 집사람이 코로나 확진 판결을 받아 안타깝다”며 눈시울까지 적셨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집안 문제로 사과를 하며 울먹이던 모습이 백업됐다. 왜 선거 승패를 가를 최대 요인인 야권 단일화를 제안하는 자리에서 서두에 집안 문제를 꺼내 눈물까지 훔치는 장면을 보였을까. 당시 많은 시청자들은 “안철수도 많이 변했다. 말투와 외모만 바뀌어 진 게 아니고 정치인으로서 제스츄어도 능란해졌다”고 했다. 국민들로부터 ‘안쓰럽다’는 동정(?)을 받으려고 한 것 같으나 국민들은 냉정했다. 단일화 발표 후 안 후보의 지지율은 되려 내려가고 있다. 17일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 지지도 조사 발표에서 윤석열 후보 40%, 이재명 후보 31% 안철수 후보 8%를 나타냈다. 앞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향 곡선을 보이면 안 후보의 단일화가 자칫 ‘계륵(鷄肋)’ 신세가 될 우려까지 보인다.

안 후보가 단일화의 대의(大義)로 방점을 찍은 ‘정권교체’가 진심이면 단일화 조건으로 ‘역선택을 포함한 여론조사’의 단서를 달 이유가 없었다. 현재 선거 상황으로 안 후보 지지율은 윤 후보 지지율에 4배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 수치상으로 당선 확률이 그만큼 희박하다. 이런 처지에서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를 뽑자고 윤 후보에게 제안한 것은 “정권교체의 목표가 아닌 여론조사의 등을 타고 단일 후보가 되어 보겠다”는 욕심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 8%에 혹해서 윤 후보가 단일화를 넙죽 받을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쪽에서 1차 데드라인인 투표용지 인쇄일 28일까지는 안 후보의 국민경선 여론조사 조건을 받을 계획이 없어 보인다. 이 기간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이면 여론조사 명분에도 동력이 떨어지게 되고 안 후보의 단일화가 국민의힘 쪽에선 계륵으로 취급될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국민들에 의해 반문재인 상징으로 후보가 된 ‘윤석열’은 지지율에 자만하지 말고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 안 후보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비전과 윤 후보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통합해 정권교체를 한 후 같이 한번 꼭 이뤄보자”며 조건없는 단일화 제안을 했더라면 국민들은 “두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룬 후 저 일을 꼭 이루어 내겠구나” 하며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조건을 두고 지루한 밀당이 계속 될 경우 “정권교체를 앞세워 두 후보가 대권 쟁취를 위한 기득권 싸움만을 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게 되고 비호감도 만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쪽은 1차 시한인 오는 28일 이전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단일화를 접을 확률이 높다. 안 후보가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할 의지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여론조사’라는 조건을 떼고 윤 후보에게 통 큰 단일화를 제시하면 된다. 그런 결단을 보이면 차기에 안 후보의 정치 미래도 열리게 될 것이다. 대권을 잡을 여건이 되지 않은 상태서 대권 집착에 과욕을 보이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안 후보에겐 조건없는 단일화 결단의 시간이 길지 않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50~55%의 국민을 위해서도 이번엔 안 후보의 미래를 담보해줄 통큰 결단만 남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