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새벽 2시간여의 단독회동 끝에 후보 단일화에 극적 합의했다. 그동안 정권교체를 지지해온 50%가 넘는 국민들의 압력에 두 후보가 단일화에 양손을 마주 잡은 셈이다. 두 후보는 단일화 일성으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을 위한 국민통합정부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단일화의 결실은 ‘을’의 입장에서 단일화 협상에 나선 안철수 후보의 살신성인적 희생정신의 승리로 보인다. 안 후보는 조건없는 사퇴로 큰 정치인의 그릇됨을 보였다. 그는 5년 후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치도 굳건하게 다졌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초입에 들어선 셈이다. 3일 오전 8시 두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단일화 선언문’은 윤 후보의 배려로 안 후보가 직접 작성하고 수정 없이 그대로 기자회견장에서 안 후보가 발표했다.

양측의 단일화까지의 과정은 숨 막히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지난 2일 밤 8시부터 시작된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와중인 밤 9시에 윤 후보 최측근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총괄선대본부장 이태규 의원 라인이 다시 가동이 됐다. 지난달 27일 회동 이후 다시 만나 두 사람은 단일화 문제 협의에 들어갔다. 이들은 TV토론이 끝날 즈음 초를 다투어가며 합의안 초안을 만들었다. 토론이 밤 10시에 끝난 후 윤·안 두 후보는 합의안 초안을 보고받고 안 후보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서울 강남의 장제원 의원 매형 집으로 이동했다. 심야 회동 장소가 마땅 찬은 데다 비밀 유지를 위해 장 의원 매형 집으로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장 의원의 매형은 카이스트 교수로 과거 안 후보가 카이스트 교수로 근무할 때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와 장 의원, 이규태 총괄선대본부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윤·안 두 후보는 새벽 3시까지 단일화에 대한 협의를 한 후 안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키로 최종 결정을 함으로써 단일화가 성사됐다.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6시간의 긴박한 협의 끝에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 공교롭게도 2일 밤 열린 TV토론장에 두 후보 모두 어두운 갈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끈 데다 토론도 당초 안 후보가 윤 후보를 공격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온건한 질문을 해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두 후보는 단일화 공동 선언문에서 “저희 두 사람이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고 밝혔다. 양 후보는 국민통합정부의 키워드로 개혁과 실용, 방역. 통합. 미래정부를 제시하며 이념 과잉과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시장 친화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특히 안 후보는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과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두 후보는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 뜻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선 후 양당이 합당할 것도 밝혔다.

이번 단일화로 윤 후보가 박빙의 대선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 투표 직전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것이어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까지 큰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단일화가 여론조사에 반영돼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단일화 문제를 두고 양쪽이 밀고 당기기가 오래 이어져 피로감이 있는 데다 안철수 이름이 찍힌 투표용지가 나온 점도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편에는 단일화에 반발 작용으로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결렬 때 위기감을 느낀 진보 지지층이 노무현 쪽으로 결집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어느 후보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는지 국민의 올바른 선택만 남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