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정치 경력 8개월밖에 안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앞날이 무겁다. 대통령 당선의 환희도 며칠에 불과하다. 문 정권이 어질어 놓은 난정(亂政) 수습에다 폭증하는 코로나 사태를 추스르기에도 힘이 벅찬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적 경제 불황까지 겹쳤다. 여기다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세계 최대의 ICBM(길이 24m) 발사가 임박했다는 한·미 국방부의 발표로 조여드는 한반도의 긴장감이 윤석열 새 정부에 첫 안보 시험대로 맞닥트렸다. 국가의 안보가 위험에 놓일수록 윤 당선인은 대선의 후유증을 빨리 수습하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펼칠 국정을 논의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 윤 당선인 주변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조각의 인사를 앞두고 자천타천의 인사청탁이 무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수위원회에 이름이 올려져야만 새정부 조각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정부 앞에 놓인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인재 발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을 “국민이 소환하고 키웠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검사 신분에서 단시간에 오늘의 당선인이 있도록 한 공로자(?)는 따로 있다. 거명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 조국, 추미애, 이재명 4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때의 초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탄생하지 않았다. 이들은 권력에 도취 돼 앞으로 10년, 20년까지 자기네들 손안에 정권이 잡혀 있을 줄 알았다. 대표적 발언은 2018년 10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앞으로 20년 동안은 민주당 정권이 집권한다”고 공언했다. 권력에 도취된 민주당은 자당 소속의 대통령 선출에다 과반을 훨씬 넘는 국회의원을 뽑아준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몇 년 후 어떤 결과가 올지도 모른 채 5년의 안하무인 통치를 한 것이다. “국민이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한 허균의 말이 잠언인 것을 이들은 몰랐다. 윤 당선인도 문재인 정권의 ‘안하무인 통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수위 인선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실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5년 전 문 대통령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윤 당선인과 똑같은 메시지를 냈다. ‘공정과 통합’을 내세우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들어간 후 그런 다짐은 없어지고 독선적 인사와 진영 정치, 국민 갈라치기, 내로남불로 나라를 분열시켰다.

간신은 주군의 비위만 맞춘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주군이 아니라고 하면 바른말을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통치자는 간신을 충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간신들은 역린(逆鱗)이란 말을 앞세워 통치자의 주변에 충신들의 접근을 막아왔다. 한비자는 이런류의 간신들을 맹구지환(猛狗之患)이라며 “간신이 설쳐대면 인재들은 떠난다”고 했다. 벌써 윤 당선인도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가고 있다. 선거 때와 달리 경호문제나 당선인의 위상 등이 고려돼 비서진의 허락 없이 누구도 면접이 어렵게 되고 따라서 시중의 여론을 들을 기회도 없어진다. 윤 당선인이 당선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자주 만남의 자리를 마련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말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왕들은 민심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야행을 자주했다. 윤 당선인도 전임 정권의 난정을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당선 때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윤 당선인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을 포함한 범야권 국회의석 180석이 버티고 있다. 총선은 2년이나 남았다. 민주당과의 협치가 필수다. 공약 이행에도 많은 부분이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당선인이 내세운 통합의 정치 실현을 위해서도 거국내각을 구성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쓰고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사실, 이것이 정치의 정도(正道)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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