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업무수행도 조사에서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46%로 대선 직후 52.7%에서 보름 만에 6.7%포인트나 떨어졌다. 대통령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잘 못할 것’이다는 응답도 49.6%로 나왔다. 왜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문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영향도 일정 부분 있겠으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벌써부터 ‘윤핵관’(장제원·권성동·윤한홍)을 비롯한 당선인 주변 인물들의 ‘완장 찬 발언과 일탈한 행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의 한 명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인수위 명단이 외부에 유출되자 “유출자를 색출해 사퇴시키겠다”며 인수위원장을 젖혀두고 군기반장으로 나섰다. 스스로 완장을 찾다.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인사 스크린을 해서 당선인에게 보고하겠다”며 총리인선을 자신이 진두하는 듯한 실세의 언행을 보였다. 인수위 인사들이 벌써부터 장 실장의 눈치를 살핀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당선인의 죽마고우라는 권성동 의원은 검찰총장을 겨냥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사퇴를 압박하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총리설이 나돌자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이라면서 “특정인 한 사람이 모든 권력,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선 직후 국민의힘 의원과 선대위 핵심 관계자 9명이 ‘러브샷’까지 하며 심야 술판을 벌이는 사진이 공개됐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의힘 인사 30여명도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며 단체 회식을 하다 적발됐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의힘 대변인은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세계 1위라는 오명 속에 국민 고통은 커져 가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고 논평을 냈다. “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다를 바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시장 공천을 놓고 당 대표에다 대선 출마 경험과 경남지사를 2회 역임하고 현재 5선인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3선 의원) 전 최고위원 간의 이전투구식 공천룰 공방에서 추한 권력욕의 뒷모습까지 보였다. 일부 인수위원들의 ‘보안위반’ ‘갑질’ ‘성비하’ 등의 논란도 5년 만에 받아 놓은 잔칫상을 뒤집고 있다.

여론은 끓는 물과 같다. 찬물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최근 윤 당선인 인수위에 ‘서오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서울대 출신에다 50대 남성이 주축이 돼 있다는 뜻이다. 인수위원 24명 중 여성은 4명뿐이다. 특히 당선인 주변에는 박주선, 권영세, 김재원 등 서울대 법대와 검사 출신 남성이 많고 ‘사법시험 공부같이 한 사이’ ‘40년 지기’ 등 당선인과의 ‘형·아우’로 불리는 과거 인연이 넘쳐나고 있다. 당선인이 ‘실력 우선’을 강조하지만 국민들은 세상살이가 성적순이 아니며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돌아앉는다. 역대 정권에서 비리 등으로 구속된 고위인사들 대부분이 최고의 학벌과 스팩이 넘쳐나는 엘리트 출신들이다. 그래서 국민들 마음속에는 “똑똑한 사람들끼리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보자”며 이명박 정부 때의 ‘고소영’에 버금가는 밉상 프레임이 벌써 또아리를 틀고 있다. 여기다 내각 인선이 끝나면 집값 상승으로 제2의 ‘강부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 때 장관 15명의 재산 평균이 부동산 25억원, 금융자산 11억원이었다. 국민들은 이 내각을 두고 ‘강부자’라고 불렀다. ‘고소영’ ‘강부자’ 프레임이 이명박 정부가 끝났는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같이 자신만만해 보인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간단치가 않다. 532만표 차로 대승한 이명박 정부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하물며 24만표 0.7% 차이로 대권을 거머쥔 ‘윤석열 정부’는 자만하는 순간 비류직하(飛流直下) 가 된다. 민심의 바람은 변화무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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