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국민이 불러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앞으로 국정을 잘 못 할 것’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47.6%로 나타났다. ‘잘 할 것이다’는 긍정적 응답은 48.8로 부정적 응답과 미세한 차이에 불과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다. 지난주 조사 때보다 긍정 응답이 조금 떨어졌다. 여론 조사에 가타부타할 것은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에 대한 국정운영 조사에서는 긍정 응답이 평균 70%를 상회했다.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 기대하는 바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취임일을 31일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부터 이런 야박한 점수를 받았다. 대선 투표 때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 중 윤 당선인을 ‘통치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표출로 보인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확정편향’에 빠져 있는 듯하다. 윤 당선인은 어찌 보면 인수위 단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새 정부 출범 후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찍을 미리 맞았으니 모든 일에 조심하고 분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채찍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여론이 50% 선 아래 머물면 윤석열 정부의 앞날도 앞선 문재인 정부의 ‘붕어빵 정부’로 낙인 찍힐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지금 가장 경계해야 될 부분은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을 세종대왕에 비유하며 ‘문비어천가’를 부르던 문 정부 586정치꾼들과 같이 당선인 주변에도 인의 장막을 치며 ‘윤비어천가’를 외치는 ‘예스맨’들이 우글거린다. 오늘 열리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경우도 윤 당선인 죽마고우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차원에서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사실상 옹립한 모양새다. 최근까지 원내대표 출마를 기정 사실화 하며 선거운동을 해온 김태흠 의원(3선)이 하루아침에 충남지사 출마로 물꼬를 돌렸다. 김 의원의 충남지사 출마는 윤심(당선인)의 역할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윤심이 “명색이 내가 ‘충남의 아들’이라고 하는 데 충남지사 선거를 져서야 되겠느냐”며 김 의원의 출마를 권유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설과 같이 조각과 비서실 인사를 둘러싼 각종 뒷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엊그제 공개회의에서 “인수위는 청와대나 내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며 기강잡기에 나섰을까. 지난 4일 윤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와 회동에서 내각 구성과 관련 국무총리에게 장관 인사 추천권을, 장관에게는 차관 인사추천권을 부여하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을 지킨다 해도 과연 총리나 장관들이 대통령 면전에서 올곧은 말을 할 수 있는 강골의 인물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역대 국무회의와 당선인이 참석한 인수위 회의를 보라. 토론의 장면은 없다. 장관이나 참석자들은 대통령 말을 받아쓰기에 바쁘다. 초등학교 반장회의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무슨 책임 총리제고 장관제가 존재할 수가 있겠나. 대통령과 활발하게 국정을 논하는 백악관식 토론을 배워야 한다.

취임을 앞둔 윤 당선인은 쉰 살에 늦장가를 갔다. 수중에 달랑 2000만 원 있었다고 한다. 결혼하자마자 강남에 아파트가 생긴 사람이다. 주택청약통장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먹고 싶은 것 참고, 입고 싶은 옷 못 입고 적금 붓고 집 살 날만을 기다려온 서민들의 애환을 알 턱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이 무엇 때문에 당선됐는지도 잊어버리고 집값 잡을 정책 구상보다 집 가진 사람들의 보유세 걱정을 먼저 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집값 상승이 꿈틀거린다고 한다. 당선인의 이런 선후가 바뀐 정책을 바로 잡아주는 인사가 진정한 공직자다. 국가부채가 2200조에 이르고 코로나 사태로 국민들의 삶이 말이 아닌 상태다. 대통령 취임식에 5만 명을 초청하고 BTS를 부른다고 한다. 오비이락 격으로 인수위가 며칠 전 BTS 기획사를 찾았다. 거창한 취임식도 좋지만 집 한 칸 마련 못 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는 윤석열 정권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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