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평야·푸른 바다 풍광 청정자연의 고장 절경 한눈에

영덕 상대산 등산지도. 출처=네이버 지도

산림청이 공시한 우리나라의 산의 개수는 총 4440개다. 그리 넓지 않은 땅덩어리에서 산림의 면적은 무려 63%가량 되며, 크고 작은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뚜렷한 사계절 덕분에 사시사철 절경을 자아내고 있어서 등산하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 또는 트래킹을 하는 성인의 비율은 62%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산들을 모두다 올라가 보고 싶겠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산쟁이들은 100대 명산 또는 200대, 300대 명산들처럼 공인된 명산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렇게 선별된 명산에 들어가지 않은 4000여 개의 산 중에도 개성이 넘치는 숨은 명산들이 꽤 많다.

전국의 맛집들 가운데 TV 등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지 않은 무관의 강자들이 많다. 남들이 잘 모르는 그런 맛집을 발견하고 찾아다니는 묘미처럼 지역의 명산들 가운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산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이라면 들어봤거나 이미 가본 적이 있는 산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 또는 트래킹을 하지 않은 38%의 사람들을 위해 코스가 길지 않고 높이가 높지 않은 산 위주로 선별을 해보았다.
 

대진해수욕장 주차장.

첫 번째로 청정도시 경북 영덕으로 출발해보자. 7번 국도를 따라 영덕군 영해면의 고래불해수욕장 부근을 지날 무렵, 동쪽 해변을 바라보면 너른 들판 위에 뜬금없이 우뚝 솟은 산 하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넓은 영해평야 위에 홀로 우뚝 솟은 모양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산꼭대기에 올려놓은 정자 건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몇 군데가 있는데, 가장 짧고 편의성이 좋은 코스가 대진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해수욕장 주차장에 무료 주차가 가능하며, 이곳에서 상대산 정상부까지는 800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다. 상대산 정상과 전망대까지 다녀오면 전체 왕복 거리는 딱 2㎞가 된다.

해수욕장 출발이므로 해수면 고도인 해발 0m에서 출발하겠지만 산 정상부의 고도가 183m의 비교적 낮은 산이고 등산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별다른 준비 없이 맨몸으로 올라가도 충분한 산일 것이다. 그래도 산은 산이므로 식수 정도는 가져가는 것이 좋다.
 

들머리.

대진해수욕장 주차장 입구 건너편에 ‘관어대’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일단 시멘트 길로 출발을 하게 될 텐데 약 200m 정도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걸으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들머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이정표가 있고, 상대산의 관어대에 대한 설명글이 적힌 안내문이 있다.
 

올라가는 길.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약 500m 정도 오르면 된다. 하지만 경사가 꽤 급하니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것이 좋을듯하다. 아무리 짧고 높지 않은 동네산도 마음의 준비를 한만큼 덜 힘든 법이다. 아무튼 천천히 올라도 30분 이내에 정상에 다다를 것이다. 정상부에는 별도의 정상석은 없고, 관어대 정자와 안내판이 있다.
 

관어대.

관어대(觀漁臺)는 ‘동해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내려다 볼 수 있고 그 수를 세어볼 수 있다’고 해 지은 이름이라 한다. 고려 말 성리학자이자 이 지역 출신인 ‘목은 이색’ 선생은 이곳에 ‘관어대소부’를 지어 빼어난 경치를 노래했다고 한다. 현재의 관어대는 목은 선생 성역화 작업으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관어대 앞 풍경.

관어대는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평소에는 신을 벗고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다. 너른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온몸을 샤워할 수 있다. 그나저나 이 높은 곳에서 물고기를 내려다보았다니 우리 조상님들의 시력에 경의를 표한다.
 

관어대에서 바라본 동해.

산의 정상에서 360도 조망이 트이지는 않지만, 정면으로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로 아래에는 출발지였던 대진해수욕장이 있고, 영덕의 명사십리라 불리는 눈부신 모래사장은 영덕 최고의 해수욕장인 고래불 해변으로 이어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다의 색이 더없이 푸르다. 바다는 하늘의 색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북에서도 영덕과 울진의 바다는 남다른 청정한 옥빛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륙방향의 조망.

내륙 방향의 조망도 훤하다. 산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주변에 조망을 가리는 산이 없는 데다가 너른 영해평야가 펼쳐지면서 시원한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쪽으로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영덕의 너른 평야를 품고 있는 산이다. 작은 산이지만 청정도시 영덕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산이다.
 

전망바위.

상대산에서 관어대만 보고 내려온다면 이 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올라온 반대편에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이 길로 약 200m 정도만 내려가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이곳 전망대는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처음 가는 길이라면 찾기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별도의 데크 시설과 안전시설이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전망 바위의 발밑은 천 길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괜한 허세를 부리거나 과도한 인증샷 포즈는 피해야 할 것이다.
 

전망바위의 조망.

전망 바위의 정면으로는 너른 병곡면의 평야가 펼쳐진다. 모자이크처럼 네모나게 잘 구획된 논과 밭의 조각들이 거대한 퀼트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절벽 바로 아래에는 ‘송천’이 흐르고 있는데, 낙동정맥 학봉에서 발원한 송천은 영덕의 주요 지역을 굽이치며 흘러 장장 29km의 여정을 이곳에서 동해를 만나며 마무리를 한다. 평야만 있었다면 단조로웠을 풍경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전망바위.

전망대에서는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은 별도로 없다. 관어대로 다시 올라가서 왔던 길을 되짚어서 내려가야 한다. 하산하려던 찰나 전망대 쪽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넓은 들판과 바다의 청정함을 가득 품은 바람이리라. 절벽 끝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본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푸른 소나무 숲 사이로 따뜻한 햇볕이 얼굴에 내려앉는다. 이 모두 돈 한 푼 들지 않는 대자연의 선물이다. 답답한 도시를 잠시라도 벗어나서 우리가 산으로 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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