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퇴임을 20여 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 박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다. 지난 12일 열린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한 입법 추진을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해가 저물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준 말이다. 이날 만장일치로 입법추진이 가결됐다. 그는 “이달 내 법안을 국회서 통과 시킨 후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정대로라면 퇴임을 불과 6일 앞둔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직접 ‘검수완박’ 법안에 종지부를 찍어달라는 강력한 요구다. 마치 고려말 26세의 나이로 역성혁명을 주도한 이방원이 아버지뻘인 정몽주에게 ‘하여가’를 부르며 혁명에 동참을 요구한 것 같이 보인다. 172명의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등에 업고 압박에 가까운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검찰을 비롯해 대한변협과 민변, 학계, 참여연대, 언론, 국민의힘, 정의당 등 정치권과 많은 국민을 외면하고 ‘하여가’에 화답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정몽주의 ‘단심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명확한 답변이 요구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문 대통령 면담을 13일 요청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지킨다면서 내세운 ‘검수완박’ 법안에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법을 공포한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 정치사에 영원히 흑역사로 남을 듯 하다. 기로에 선 문 대통령의 딜레마가 태산 같아 보인다.

이 법이 얼마나 황당했으면 법무부차관과 검찰총장으로 문 정권의 각종 불법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하던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태도를 180도 바꿔 “자리까지도 내놓겠다”고 했겠나. 그는 기자회견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곳이 없게 되며 정의와 상식에 반하고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검찰 구성원들은 절대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의 입법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 법안은 당초 2020년 말부터 본격화 됐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의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사실상 무산된 직후다. 이 법안을 주도한 팀은 민주당 강경 초선그룹 ‘처럼회’다. 이 그룹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피의자인 황운하 의원과 조국 전 장관 아들 허위 인턴 증명서 사건 피고인인 최강욱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범죄혐의자 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탄압”이라며 국가사정기관의 무력화에 나선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자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대선이 끝나 정권이 바뀌게 되자 1년여 만에 ‘검수완박’에 또 불을 붙였다. 여기엔 권력의 바람에 재빠르게 누워버린 검경이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원전비리 수사에 속도를 낸 것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 됐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지난 2년여 동안 ‘윤석열 죽이기’에 몰두했으나 결과로 나타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그들에겐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이 ‘저승사자’로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선거에 지면 죽는다’고 했던 말이 ‘씨’가 된 것이다. 그 ‘씨’를 없애기 위해 나온 것이 ‘검수완박’ 사생아 법이다. 이 법의 추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섣부른 재단은 할 수 없다. 검찰 죽이기의 끝이 172석 거대 야당의 침몰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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