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공정과 상식, 정의의 표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의 첫 조각 인선이 시간이 갈수록 정실인사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네로남불의 문재인 정부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또다시 ‘배 째라’는 식의 윤 정부 일부 인사의 배짱에 말문을 닫을 지경이다. 지난 17일 윤 당선인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두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를 비롯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의혹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도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위법적인 상황이나 도덕적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정 후보자와 윤 당선인의 반응을 보면서 조국 사태를 비교케 한다.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딸 논문과 부산대의전원 편입 의혹 등과 관련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의 장관 임명을 앞두고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당시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인인 만큼 정호영 후보자가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로 사태를 명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자녀들은 각각 2016년과 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딸은 후보자가 부원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12월 ‘2017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 전형’에 합격했으며, 아들은 후보자가 2017년 병원장이 된 뒤인 ‘2018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 전형’에 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한덕수 총리 지명자도 정 후보자의 ‘아빠 찬스’의혹에 대해 “검증 단계에서 다소 간의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다”고 했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별 게 아니라고 인식했다는 ‘자백’인 셈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심기를 살폈다는 뜻도 보인다.

대통령의 인사는 기업이나 조직의 인사와는 달리 정·관·재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던지는 정책의 방향 메시지다. 능력이 출중하다고, 대통령과 가깝다고 어물쩍 형식의 인사 검증으로 사람을 썼다간 멀리 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고금의 예다. 윤 당선인이 최측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사법기수의 질서가 엄격한 법조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법무장관에 지명한 것을 두고 많은 국민은 ‘파격’,‘충격’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한 후보의 지명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권력비리 수사의 상징이 될 만큼 발군의 능력자”라고 극찬했다.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듯한 평이다. 그러나 한 후보의 지명이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불을 댕겼다. 대통령의 인사는 통치 차원의 인사인 만큼 일반 인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정실인사’는 국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내 편이라면 능력이나 도덕성, 여론의 비판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용한 인사 횡포에 진저리를 쳤다. 이런 국민이 최근 윤석열의 인사를 보고 ‘문재인 인사’와 별반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입시·병역 의혹은 가장 민감한 이슈다. 정권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정 후보자 경우 청문회서 ‘팩트’를 가리기 전에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의 칼로 조국 전 장관의 딸 의전원 입학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쳐 문재인 정부를 침몰시키고 집권한 장본인이 아닌가. ‘팩트’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논리만을 내세워 ‘40년 지기’를 장관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권 초기부터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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