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2018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 이상 집권해야 한다”며 20년 집권론을 밝혔다. 그는 한 달 후 민주당 창당 63주년 식장에서 “앞으로 10번은 민주당이 더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설을 외쳤다. 이듬해는 욕심이 산(山)이 되어 100년 집권론으로 ‘문비어천가’를 부르짖었다. 국회의원 수 178명에다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모두 쓸었으니 천년만년 집권할 것으로 착각했을 법도 하다. 20년 집권론에 들떴던 그 문재인 정부가 3일 후면 문을 닫는다. 20년 집권론자인 이 대표는 청와대를 영원히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아마도 회한에 잠겨 ‘권불십년’이나 ‘화무십일홍’을 되뇌며 무릎을 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7년 5월 10일 박근혜 정부를 탄핵으로 몰아내고 광화문 촛불시위로 정권을 거머쥔 문재인 대통령의 5년 통치는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가. 그는 며칠 전 퇴임 방송 대담에서 “길은 멀고 날은 저물었다”며 통치 말년에 매달렸던 종전선언이 무산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5년 집권 내내 내가 하면 정의고 불리하면 적폐로 몰아버리는 내로남불의 행태 정치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시절보다 잘한 것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무비판적 팬덤을 키워 정치를 병들게 하고 공정과 정의, 상식과 언어의 경계선을 허물어 사회의 건강을 좀먹은 것-문재인 정권 핵심 정치의 산물이 아닌가.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를 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해 공포했다. 자신과 수하들이 개입된 울산시장 선거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사건 등을 향한 검찰수사를 무력화하는 사실상의 ‘문재인 정부 방탄 법안’에 본인이 직접 ‘셀프사인’을 한 것이다. 퇴임 마지막까지 진영 챙기기의 비루한 몸부림으로 비췄다. 문 정부의 국민 갈라치기 백미는 130여 년 전 전봉준이 농민들을 이끌고 부패한 관리에 대항했던 동학농민항쟁의 역사 속에서 ‘죽창’을 끄집어내 전가 보도로 과거 정권을 재단하고 국민을 이념으로 갈라치기 한 것일 것이다. 그는 대선을 앞에 둔 지난 3·1절 기념식 때도 “대한민국 첫 민주 정부는 김대중 정부”라고 정의했다. 김대중 정부 이전 정부의 자유민주정권을 부인하며 국민을 또 편가르기식으로 나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그는 “김 대통령이 40여 년의 민주화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군사독재의 끝, 문민정부였다”고 했다. 그는 “문민정부 이후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애도했는데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역사를 자의적으로 ‘짜깁기’하고 해석했다. 이것이 국민에게 각인시킨 문 대통령의 진면목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도리어 잊고 싶은 사람은 우리다”라고 할 것 같다. 이런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의 탄생을 이렇게 폄하했다. 그는 방송 대담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인사, 수사 지휘권을 모두 빼앗아 식물총장으로 만들고 등을 떼민 사람이 누구인가. 적반하장에 소가 웃을 일이다. 집권 내내 김정은에 매달렸던 그는 윤 당선인의 유사시 북한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도 “국가 지도자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의 통치권을 넘겨주는 마당에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경험담과 덕담은커녕 험담을 공개적으로 한 문 대통령의 몽니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시정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지난 5년을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였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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