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활짝 열렸다. 국정의 첫발을 내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주요 국정을 챙기기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마도 문 전 대통령 취임사를 읽어보고 국정을 논한다면 윤 대통령은 퇴임후 국민들로부터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을 들을 것이다. 그만큼 문 전 대통령의 취임사가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시대상에 반영을 해야 될 키워드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의 백미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담긴 취임사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취임사의 대부분이 국민통합이나 경제발전 등 ‘공자님 말씀’의 틀에서 벗어난 예가 드물었다. 시대정신을 담는다고 했으나 뚜렷한 비전이나 국민의 머리에 박히는 내용은 없었다. 엊그제 전직 대통령으로 돌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5년 전 취임사는 근래 드문 국민 가슴에 와 닿는 명문의 취임사로 꼽힌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암울한 시대 상황이 그랬듯이 국민들의 마음도 어두웠다. 이런 엄혹한 환경에서 대선 다음날 치러진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 나라 시대정신에 한 가닥 빛으로 비추어지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만큼 취임사 글귀마다 국민이 바라는 마음이 솔깃이 담겨져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사의 말대로만 정치를 폈더라면 국민들이 ‘문비어천가’를 두고두고 외쳤을 것이다. 제2의 세종대왕이 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안타깝게도 문 전 대통령은 5년 통치 기간 내내 취임사와는 말과 행동이 정반대의 엇박자를 놓았다.

문 전 대통령 취임사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문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 이 문장을 기억하거나 꿰고 있을 만큼 알려졌다. 그만큼 이 문장은 국민들이 바랬고 새 정부가 이루어줄 것으로 약속한 감명의 명문으로 회자됐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조국 가족’ 사태 때 이 문장과 같은 잣대로 법 집행을 했더라면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국민은 공정과 정의의 올바른 법 집행을 부르짖으며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광화문 광장의 국민 소리를 외면하고 내편 ‘조국’만 끌어안았다. 취임사의 공정과 정의·평등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은 오로지 ‘네로남불’ 4자뿐이었다. 문 전 대통령 취임사의 미사여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준비가 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고 언론과 자주 소통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도 열겠습니다”. 이 얼마나 국민이 보고 싶은 장면이며 격의 없는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주었는가. 지난 5년 동안 이 문장들은 말 그대로 미사여구로 남겨졌을 뿐 실행으로 옮겨진 적은 없다. 단지 언론과의 소통은 5년간 10여 차례가 고작이었다. 명문장은 이뿐이 아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내야 하겠습니다” 부끄러울 만큼 권력기관은 정치에 예속됐고, 보수·진보의 갈등은 더욱 골을 깊게 만들었다.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며 가슴 부푼 청사진도 문 전 대통령 통치 역사에 흑역사로 도배질 되고 말았다.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한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자유’와 ‘도약적 성장’을 국정의 핵심 기치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웠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대통령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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