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검찰 수사에 대비한 ‘방탄용 출마’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법’ 개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가 지난 1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이 법 개정을 당론으로 발의할 경우 100% 동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법이 민주당에서 호응할 경우 그동안 말이 많았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제한적으로 개정 될 것으로 보인다. 일이 이쯤 되자 일부 구린내 나는 의원들은 이 후보 때문에 치외법권 지역에서 누려왔던 불체포 특권이 사라지게 된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말들도 들린다. 민주당 쪽의 반응도 두고 볼 일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내정자가 17일 장관으로 임명됨에 따라 과연 민주당 쪽에서 이 법 개정을 흔쾌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검수완박’ 법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법’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민주당이 갖은 꼼수를 동원해 통과시킨 것이 엊그제다. 이런 상황에서 ‘불체포 특권’법이 개정되면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에 출마한 이 후보가 금배지를 달아도 수사의 칼날은 피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된다. 반면에 ‘불체포 특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국회 회기 동안은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후원금 등 대선 기간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 선상에 놓여있다. 때문에 이 후보는 자신의 연고지인 분당갑에서도 보선이 치러지는데도 구태여 연고도 없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할 정도로 잘 닦아놓은 ‘민주당 옥답’을 택한 것이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 출마’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제가 정치를 하게 만든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을 때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길을 따라서 끝까지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선택은 ‘노 전 대통령의 그 길’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던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16대 총선 때 민주당이 강세였고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제쳐 두고 자갈밭이나 다름없는 부산 북-강서을을 선택했다. 그는 자서전 ‘운명이다’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정치 1번지라는 종로에서 당선된 명예로운 국회의원이면서도 내심 몹시 불편했다. 부산에서 도망쳐 나와 안락한 곳에 피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자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동서 통합을 위해서 부산으로 갔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내심 ‘이익을 위한 정치’와는 다른 ‘희생의 정치’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에도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에서도 여러 차례 1위를 했었다. 하지만 연고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험지’인 부산을 택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연고 있는 분당갑을 마다하고 연고 없는 계양을을 선택한 이 후보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작년 8월 이재명 후보와 대담 영상을 찍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 후보의 계양을 출마가 공표된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정치는 명분일까 실리일까’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민화에 나오는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보다 단원 김홍도의 기백이 넘치는 호랑이를 너무나 당연시했나 보다. 이 혼란의 시대에 단원의 호랑이를 닮은 ‘이 시대의 노무현’은 찾기 힘든 모양이다”. 인천행의 이재명과 부산으로 간 노무현을 비교한 이야기가 아닐까. ‘대도무문’을 즐겨 쓴 YS는 무엇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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