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말을 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대표적 인물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나니 뒤를 이어 후안무치의 인물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검수완박’법을 갖은 꼼수를 동원해 통과시킨 민주당이 지난해 7월 국회의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합의안 중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이제 와서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판을 뒤집고 나왔다.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전반기와 같이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호중 민주당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 쿠데타’를 완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법사위원장밖에 없다”며 자신이 직접 했던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은 지금 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윤 위원장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기능 때문에 국회 전체 상임위의 상원(上院) 기능을 해 왔다. 그래서 역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면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상호 견제를 위한 관례였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자 상반기 국회에서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에다 법사위원장까지 독식했다. 이유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독주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후반기 국회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으로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정권이 바뀌어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검찰정권 견제’ 운운하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다시 돌려받겠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당의 합의 파기 행위는 집권당 때부터 야당이 된 지금까지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있다. 약속 뒤집기가 일상화됐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도하면서 이에 맞선 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세차게 비난하더니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었고. 이뿐이 아니다.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빼앗고 성범죄로 궐석이 된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당헌까지 뒤집으며 밀어붙였다가 그 결과는 어떻게 됐나. 서울·부산 선거는 패배하고 공수처는 현재 개점휴업 상태가 아닌가.

민주당은 왜 이런 입법 폭주를 거듭해 오고 있는가. 민심이 악화하는 것이 여론 조사로 나타났는데도 외면했다가 결과는 5년 만에 정권을 잃는 심판까지 받았지 않은가. 보통 경우 대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해온 것이 상례다.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선에 패한 지 2개월 만에 대통령 후보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당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대선 후보는 자기가 시장을 지낸 분당을 버리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인천 계양을로 갔다. 그러면서 “나의 패배로 당이 어려워졌으니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인천에서 출마한다”는 논리를 폈다. 지역구를 옮겨 출마를 하는 것이 무슨 책임 정치인가.

엊그제 26세의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호소 기자 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586세대의 용퇴”도 요구했다. 그러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의견일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고 일부 당 지도부에선 “사과를 도대체 왜 하느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래서야 어찌 국민으로부터 표를 받겠다고 후보들이 선거판을 다닐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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