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

스물여섯 살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서른일곱 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계 등단은 ‘꼰대’가 주류를 이루어 왔던 기존의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덮는 일대 혁명으로 꼽히는 사건이다. 아마도 이 기록은 우리 정당, 정치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변혁으로 기록될 것이다. 60여 년간 구태의 계보 정치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해왔던 대한민국 정당사가 이들 두 젊은이의 등장으로 정치판을 새바람으로 회오리치게 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167명 현역 의원들이 금기시해 온 당내 문제점을 당돌(?)하게도 지적을 하는 당찬 뱃심까지 보여 주었다. 감히 초선부터 4~5년 선수(選數)의 중진까지도 차기 공천에 불이익을 받을까 입도 벙긋하지 못한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돌직구를 던지는 용기에 2030 세대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로 부터도 참신한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에는 ‘변하지 않는 내로남불’과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며 당을 좌지우지하는 ‘586세대는 용퇴’를 하여 당을 ‘젊은 민주당’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팬덤정당’ 체제를 버리고 대중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지적은 틀린 곳이 없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의 당내 파장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무차별 공격으로 변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박홍근 원내대표 등 586세대 운동권 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당 회의에서 이들이 일제히 박 위원장을 몰아세우고 윤 위원장이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가기까지 했다. 박 위원장도 “그렇다면 왜 저를 뽑아서 여기에 앉혀 놓으셨냐”고 항변을 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개딸(개혁의 딸) 등으로 불리는 극렬 지지층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문자 폭탄 등을 보내며 “당장 나가라”고 압박했다. 새 정치 환경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던 20대 박 위원장의 결기도 기자회견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더 이상 버티어낼 기력을 잃었다. 그녀의 상식적인 당 쇄신 요구가 당의 기득권층인 운동권 출신들과 극성 지지층의 무차별 겁박으로 3일 만에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백기를 들고 말았다. 옳은 말을 한 사람이 사과를 해야 되는 민주당이 과연 제대로 된 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젊은 비대위원장이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이런 모험을 할 이유가 있을까. 당이야 어떻게 되든 돌아가는 대로 두고 차기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부에 눈도장만 찍으면 되는 이런 쉬운 일을 제쳐 두고 구태여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 들어가는 ‘골고타’ 언덕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직까지 민주당에는 젊은 피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듯 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 입문을 했으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을 하는 등 정치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다 지난해 6월 당 대표에 출마해 기라성 같은 정치 선배들을 제치고 혜성같이 당 대표가 됐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줄기차게 2030 세대들을 규합하면서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치력을 보였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근래 보기 드문 젊은 정치 지도자를 품게 되었다. 이 대표가 당을 혁신적으로 젊게 변모시켰다고 보겠다. 젠더 문제로 곤경에 빠지기도 했으나 특유의 설득력으로 2030 세대들에게는 미래 정치의 아이콘으로 비치고 있다. 이제 우리 정치도 ‘꼰대’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쟁취하고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될 시점에 왔다. 그래야만 나라가 젊어지고 희망이 있는 것이다.여야 모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정치 혁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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