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0일로 1개월이 됐다. 겨우 걸음마 단계로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정도다. 여당 국민의힘이 새 정부를 뒷받침해줘야 할 책무가 막중함을 제쳐두고 벌써 차기 당권 투쟁의 조짐을 벌이고 있다. 보수 정권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살아나고 있다. 잊었는가. 6년 전 2016년 12월 9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극비로 집단 동조해 자당의 대통령을 탄핵으로 물러나게 만든 그들 중 일부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또다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내년에 있을 당 장악에 눈독을 들이며 내홍을 키우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문제를 두고 당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동조 당권경쟁이라도 벌여 국정을 혼란토록 해주고 싶은 심정인지 묻고 싶다. 많은 국민은 지난 5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내로남불과 국민 갈라치기로 일관한 전 정권 아래서 보낸 고통스런 세월을 잊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전력을 쏟아야 될 시점에 중진들이 앞장서서 당권 싸움을 자청하고 나서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하나. 1년 10개월 앞에 있을 22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또 만들 셈인가. 무엇이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국민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해 주길 바란다. 얼마나 더 호가호위를 해야 만족을 하는가.

지난 6일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당이 공천 혁신을 한다면서 당대표 측근을 경기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우크라이나에 가 있는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정 국회부의장의 비판에 동조하듯 이 대표가 지난 2일 만든 당 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 설치를 두고 “조금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런 그가 엊그제는 당내서 불거져 나오는 이 대표 조기 사퇴설에 대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등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가 예정돼 있다. 당을 좌우지하는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정 부의장과 권 원내대표가 엊그제는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 구성 등을 비판했다가 하루 만에 이 대표를 향한 발언에서 온도 차이를 보이는 등 동상이몽의 내홍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국회 입성을 위해 여당에 기웃거리는 철새 정치인들도 정·권 두 사람의 이 대표를 향한 발언에 따라 동조를 하며 당 내분을 부추기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이제 이 대표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성 상납 의혹이 해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왜 갔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이던 이준석 대표도 젊은 혈기 때문일까 정 부의장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래도 기차는 간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이 대표 측근인 천하람 혁신위원도 방송에서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까 쪽쪽 빨아 먹다가 선거가 끝나니 ‘자기 정치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는 태도는 정도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 부의장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째 이 대표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두사람은 ‘개소리’ ‘술수’ ‘뒤통수’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를 떠나 당내 5선 최다선 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인 정 의원과 서른일곱살 젊은 당대표 간의 이전투구식 분란은 국민의 눈엔 극단적 이기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무슨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이라고 하겠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꼰대식 정치’는 그만두라. 부끄러움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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