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는 낯선 풍경을 TV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대통령실 담당기자들이 출근하는 대통령을 잠시 멈춰 세우고 주요 현안에 대해 짧게 묻고 즉답을 듣는 ‘약식회견’이다. 회견 초기의 질문은 2∼3가지였다가 지금은 7∼8가지로 늘어나고 회수로는 15차례나 된다. 이건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시도하고 있는 즉문즉답 형식의 기자회견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우상을 단숨에 없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약식회견이 예상된 질문이 아니고 즉석에서 기자들이 질의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대통령의 언사가 정제되지 않고 거칠어지는 면이 있어 이것이 구설이 되는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며칠 전 윤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주요 부처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너무 편중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했다. 이건 비판하는 쪽과 “한판 붙어 보자”는 식의 오기로 보인다. 특히 사용된 ‘도배’라는 용어가 대통령의 회견발언에서는 쓰기에 부적절하고 지나치게 격한 용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출퇴근 여부도 알 수 없었던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즉문즉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약식회견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역대 대통령에겐 볼 수 없었던 친밀하고 감동적인 소통장면이다. 국민들은 대통령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도어스테핑이 앞으로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이 방사포를 쏜 날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영화관에서 영화관람의 단란한 시간을 가진 사진을 보고 많은 국민은 안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한반도 안보에는 위험신호가 계속 켜진 상태다. 여기다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가 지난 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 지난 14일 끝날 때까지 화물 수송이 평소의 20% 선에 머무는 등 산업계가 공장을 세우는 등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이런 한가한 모습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정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특히 일부 국민은 이런 모습이 대통령의 가정적이고 소탈하다는 측면보다는 정치적 공격 이슈로 이용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방송 대담에서 “내가 보기에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황홀경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인데 내가 마음대로 다할 수 있다는 이런 자신감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순간에 구름 위로 올라가 버린다”며 “구름 위에는 항상 태양이 떠 있으니까 자기가 뭐든지 다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그 환경에서 빨리 벗어나야 정상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참모들이 없어 보인다”며 대통령 얘기에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그런 참모라면 한동훈 법무장관 정도뿐이라”고 했다.

휴브리스((hubris)라는 말이 있다.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함’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역사 용어다.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진리라고 과신하다 오류에 빠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통치자들이 권력 쟁취에 성공한 방식으로 통치하려다 실패의 길을 걸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런 통치자를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많이 보아왔지 않았는가. 통치자에게 오만은 독약이다. 국민과 함께 국정을 논하고 고민하는 지도자가 진정한 국민의 리더다. 지금 우리는 이런 정치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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