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을 넘어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아직도 당선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주 52시간제 개편 등을 둘러싼 정책이 장관 발표 하루 만에 대통령에 의해 번복되고 대통령 재가 없는 경찰 치안감 인사안이 발표 2시간 만에 취소되는 초유의 인사 사고까지 생겼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인사 번복을 두고 “국기 문란”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틀 뒤 퇴임을 20여 일 남겨둔 치안 총책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통령 해외 출국 시간대에 보란 듯이 경찰청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청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 3시간 전 사퇴를 발표했다. 다분히 윤 정부의 경찰 제도 개선책에 반발한 모양새다.

국가 기강의 난맥상은 여당 내부에서도 이어졌다. 윤 정부의 초기 국정 운영에 굵직한 정책을 뒷받침해야 될 국민의힘이 2년 앞에 있는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둘러싸고 당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과 가깝다고 자처하는 소위 ‘윤핵관’ 인사들은 27일 자당 국회의원을 모아 세 과시를 했다. 윤핵관 리더격인 장제원 의원이 개최한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에는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58명이 대거 참석했다. 직전에 있었던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는 40여명의 의원만 참석했다. 이날 포럼 연사로는 대선 때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초청됐다. 참석자 중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은 정진석 의원과 배현진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친윤계와 접점을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참석해 예정에 없던 인사말까지 했다. 이 대표는 불참했다. 장제원 의원은 인사말에서 ‘계파 결집’의 시선을 의식한 듯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좋은 포럼으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간단하게 끝냈다. 야당과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3고(高)에 허덕이는 민생은 뒷전으로 돌려놓고 잿밥에만 정신줄을 놓고 있는 모양새”라며 정치 세력화에 호된 비판을 했다. 이 포럼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5년 전 대통령을 야당과 모의해 탄핵으로 몰아낸 그 세력들이 권력쟁탈을 위해 당파 몰이를 하고 있다”며 “국정이 어려운 이때 집권당으로서 민생을 위한 경제대책을 세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들도 이런 여당에 고개를 돌리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해 24일 발표한 여론 조사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7%로 지방선거 직후의 53%에 비해 6%포인트나 떨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지방선거 직후 45%에서 42%로 내려앉았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이준석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 떨어지는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여론의 뒷받침이 필수적인데 최근 여권의 여러 상황이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한계에 부닥친 형세다.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대통령 스스로가 당정관계를 ‘소가 닭보듯’ 하지 말고 직접 챙겨야될 상황에까지 놓였다. 현 상황은 측근 윤핵관 측은 대통령과 가깝다는 인연을 내세워 세력화에 나서는데 주력하고 있고 이준석 대표 측은 당권 유지를 위해 사생결단의 방어에 나서고 있다. 어찌 됐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준석’이라는 30대 0선 젊은이가 국회의원 100여명이 소속된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된 뒤 곧바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총지휘하며 5년만의 정권교체와 지방 권력을 바꾼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 오늘의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것도 이 대표의 공도 적지 않다. 쥐도 내쫓으려면 달아날 구멍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쫓으려는 자와 쫓기는 자 공멸할 수 있다. 권력은 가졌을 때 절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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