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자진 사퇴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부실 검증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나”라고 강하게 답하고 발끈한 모습으로 자리를 떴다. 출근길 아침 도어스테핑에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음주 운전으로 논란이 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사법연수원 동기생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지명 등에 대한 세간의 비판 여론이 일자 전임정부 인사와의 비교를 통해 적극 반박한 말이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 그동안 끊임없는 인사잡음과 숱한 의혹에도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를 대통령으로부터 진솔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전 정권보다 낫다”는 식의 거친 한마디로 받아쳐 버리면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부 때 더했다”고 한 말과 무엇이 다른가. 윤 대통령이 받은 질문이 화가 돋구칠만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전임 정권 때부터 장관 인사와 관련해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은 상투적인 것으로 보편화 돼왔다.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보면 장관들이 과연 대통령 면전에서 “아니요”라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이래서 ‘유아독존’이란 말이 시중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에는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이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데드크로스까지 왔는데, 이게 인사문제라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습니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습니다”고 했다. 그가 즐겨 쓴 ‘경기장에서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 응한 국민과 일반 국민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이 국민, 저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지도자에겐 지지율은 자신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은 것. 민심은 경고를 보내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개선’은 하청세월인 셈이다. 역대 정권에서 민심을 이긴 정권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의 한마디 말은 천금과 같이 무거워야 한다. 깊이 없는 말투는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기 본심도 감출 때가 있어야 한다. 솔직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잘 골라 쓰라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검찰에서 보냈다.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면에서는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초년생 정치인이다.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나보다 나은’ 능력 있는 인재를 골라 써야 한다. 지금까지 중용한 인사들 가운데 검사나 사법고시 출신자, 지인들을 많은 요직에 앉혔다. ‘내사람 챙기기’로 5년의 세월을 보낸 문재인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 출신이었으나 국방부 장관, 총무처 장관 단 두 명만 군 출신으로 채웠다. 다른 분야 장관은 전문 관료나 학계·재야 등에서 인재를 발굴해 중용하고 업무를 맡겼다.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려면 장관이 필요가 없다. 대통령은 전지전능한 인물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 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자다. 장관과 공직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국가가 지향하는 미래비전과 전략, 전술에 대해서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추진하는 선장역만 충실히 하면 된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 있다. 이런 성격의 지도자 밑에는 십상시나 ‘문고리 3인방’류의 사람들이 득세를 한다. 우매한 지도자에겐 입안의 혀같이 행동하는 이런 부하들이 충신으로 보인다. 지금 시중에는 실체는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권력을 움직이는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회자되고 있다. 집안이 더 어지럽혀지기 전에 윤 대통령의 주변 정리가 어느 때보다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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