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과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 정치권이다. 멀게는 자유당 이승만 정권 시절 이 대통령과 친척 관계였던 이기붕이 일인(一人)지하의 권력을 휘두르다 멸문지화의 운명을 맞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는 차지철·김재규의 국정 전횡과 대통령 시해를 일으켰고 전두환 때는 장세동이 부동의 실력자였다. 노태우 때는 박철언이 황태자로 불렸고 YS·DJ때는 아들들이 부통령으로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최측근 최서원(최순실)이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만들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조국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교도소를 들락거린 신세로 전락했거나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고 대통령들도 중도 하야를 하거나 비명횡사를 하고 질곡의 수형 생활을 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소위 ‘윤핵관’ 인사 중에는 권성동·장제원 의원의 이름이 대표적으로 오르내린다. 윤 대통령 취임 후 2개월여 동안 국회의원 114명이 소속된 집권당 국민의힘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의원은 권·장 두 사람이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24일 장제원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논의와 혁신위를 둘러싼 당 최고위 내부 갈등 양상과 관련해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 이 엄중한 시기에 당이 뭐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나”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질타했다.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언론을 통해 당 지도부를 향한 이런 격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장 의원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그만큼 장 의원의 발언권이 세고 당내 입지가 대단함을 보여주는 징표다. 3선 국회의원이 당 지도부를 향해 이런 언행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의 관록을 등에 업고 핵심 윤핵관이란 사실을 공개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고 한 장 의원의 발언은 당을 대통령 휘하에 둔 것처럼 비춰 보인다. 이 발언을 들은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에 대한 충성심에 감격했을까. 아니면 무소불위하다고 느꼈을까.

윤핵관의 쌍두마차로 권성동 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장 의원과 막상막하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요즘 그의 언행에는 권력의 힘이 곳곳에서 솟아난다. 대통령실 9급 직원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내가 대통령실에 추천을 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 (월급이 적어) 내가 미안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우군은)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최저임금 받고 들어갔는데 강릉 촌놈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직무대행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 그만큼 뒷심이 든든하다는 표시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 장제원 의원이 18일 자신의 SNS에서 “말씀이 무척 거칠다”며 브레이크를 걸고 나왔다. 그는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등의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권 대행은 집권당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충고까지 했다. 두 권력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습이다. 두 사람은 이준석 대표 징계로 공백이 된 당 지도부 체제를 두고 대립하다 최근 식사 장면을 보이며 화해 제스처까지 보였던 것이 엊그제인데 또다시 갈등을 일으켰다. 양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두 사람 모두 사과를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상황이 어떠한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려가고 북한 어민 강제북송 문제와 대우조선 하청업체 집단 농성, 3고(高)의 경제위기 등으로 정국의 앞날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인데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두 사람이 벌이는 권력 투쟁은 가히 목불견인이다. 사욕이 한계를 넘어서면 장맛비에 흙이 쓸어내려 가듯 권력 쓰나미를 맞을 수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