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대한민국 정당은 청년 정치인들에겐 무덤일까. 보수·진보 정당 구별 없이 청년 정치인들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불모지가 되고있다. 영국·캐나다를 비롯한 서구에서는 30~40대가 정치무대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총리까지 배출해 세계적인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6개월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사실상 쫓겨난 신세로 전국을 돌며 와신상담의 유랑정치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의 징계가 윤 대통령의 의중이란 의혹이 제기될 사건’이 불거져 그 파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언급한 문자 메시지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 휴대전화에서 그 내용이 기자들에게 노출이 됐다. 윤 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중징계 처분에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현직 2030 대변인들과 젊은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을 믿었던 것이 실망스럽다”는 등의 글과 “권성동 사퇴하라”는 등의 글귀가 당 홈페이지에 도배를 하고 있다.

민주당 경우도 박지현 전 비상대책공동위원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당 대표 출마조차 거부당하는 토사구팽의 신세가 됐다. 양당이 2030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싹을 잘라버리는 기득권 방어책에 2030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기댈 언덕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1300만 2030세대들 중 이번 사건에 좌절하며 ‘정치 냉담자’가 늘어나고 있고 대한민국 정치 미래도 조종을 울리는 듯하다.

윤 대통령과 권성동 대표직무대행과의 이 대표에 대한 뒷담화가 있은 지 하루만인 27일 이 대표는 울릉도에서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두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양두구육(羊頭狗肉) 사자성어를 페이스북에 싣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표 경우 누구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그의 존재감에 대해 부정 할 수가 없다. 그의 당 대표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를 뒤집어 놓은 획기적인 분수령이 됐다. 국민의힘은 2020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때까지 보수 정당에 주홍글씨가 박힌 꼰대정당, 구시대인물당, 노령지지층당, 탄핵정당과 같은 낡은 이미지에 덮어 씌워진 정당이었다. 그 얼룩진 당을 30대의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되면서 구시대의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했고 그 결과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준석의 존재감에 놀란 민주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26세 박지현을 비상대책공동위원장으로 모셨다. 대한민국 정치사상 주요 선거를 앞두고 20~30대 젊은이를 당의 대표 얼굴로 내세운 사례는 처음이다. 우리 정치사가 획기적인 분수령을 이루는 것으로 국민들은 생각했다. 정치가 젊어지는 것으로 생각을 했으나 착각이었다. 젊은 정치인을 향한 기성정치인들의 배타적 압력은 전방위적이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 자체가 배척의 대상이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윤핵관의 실력자들이 이 대표를 연일 몰아붙이며 수사 중인 사건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시켜 새벽에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고 사실상 당에서 축출했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 윤 대통령 지지율에서 먼저 나타났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세대들이 이 대표의 ‘토사구팽’을 보고 국민의힘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이 앉은 의자의 다리를 스스로 톱으로 잘라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현재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2.2%, 2030세대는 23.7%포인트로 내려앉았다. 여론의 핵심에 선 ‘이준석’, 그의 일투족 일언반구가 정국을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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