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변호사

조합장의 사임 또는 해임으로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는 후임 조합 임원 선출 절차, 계약 등을 진행하려면 법원에 상무외 행위 허가 즉 (후임 조합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하여서 허가 결정을 득한 후 총회를 소집 개최해야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정관 규정에 의해 직무대행자가 되는 자는 법원의 결정에 의해 직무대행자로서 선임된 자와 달리 직무대행 대상자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임원의 선출방법 등을 각 조합마다 정관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직무대행자 선정방법 역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관에서 직무대행자의 선정방법에 대한 규정이 충돌 내지 모순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실제 그와 같은 내용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으로 조합 정관에서 “조합장이 유고 등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이사회에서 추천된 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규정과, ”임원이 사임 내지 해임된 경우에는 새로운 임원 선출 전까지 기존 임원이 직무를 수행하되, 직무수행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임원회의 또는 총회의 의결에 따라 그의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사임 내지 해임된 임원이 조합장이 아닌 경우에는 조합장이, 조합장인 경우 감사가 직무를 수행할 자를 각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하는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2019가합202***판결은 ”정관 제18조에서 임원의 해임에 관한 내용은 제1 내지 3항에서 규정하는 반면, 사임에 관한 내용은 제2항에서만 규정하고 있는 점과 제18조 제4항의 문언을 고려하면, 위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부분은 ’사임‘만을 수식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점, 제18조 제3항에 의하면 피고는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의 의결로 임원을 해임할 수 있는데, 이는 소수 조합원들로 하여금 조합장 등 임원을 견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일정 수 이상의 조합원에게도 총회소집요구권한을 부여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소수 조합원의 발의에 의해 소집된 총회 결의에 의한 조합장 해임 시 직무대행 요건과 절차를 이사회 결의 등 통상의 절차에 의하여 임원이 해임될 경우와 달리 볼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정관 제18조 제3항에 따라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장이 해임된 경우도 제18조 제4항 단서에 따라 감사가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위 사안은 조합장이 소수 조합원의 해임총회에 따라 해임되었고 이후 직무대행자의 선정방법에 관한 다툼이 쟁점이었던 사건으로, 필자의 주장과 같이 사임 내지 해임 이외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조합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사회가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정하고, 사임 내지 해임의 경우에는 정관 제18조 제4항에 따라 감사가 조합장 직무대행자(임시 직무수행자)를 선임한다고 판단였는바, 정관 역시 조합원들을 구속하는 자치규범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 문언적 해석방법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해석원칙에 근거하여 보면, 매우 타당한 판결이다. 물론 직무대행자의 선정방법에 관하여 정관에서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규정을 둔 경우라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위 사안처럼 정관에서 자칫 충돌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정관 문언을 기초로 엄격한 해석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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