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민주당 내 의원들 간의 정치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과 관련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경우에 대비한 듯한 모임들이 설 연휴를 전후해 속속 대외적인 활동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때의 주요 인사들과 친문계인 도종환·정태호·윤건영 의원 등 현역 의원 30여 명이 ‘사의재(四宜齋)’라 칭한 포럼 창립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의재란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지에서 4년간 머물며 지낸 처소의 당호(堂號)를 따온 것이다. 참석자들은 사의재란 포럼 이름을 따온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 및 발전시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럼 사의재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친문계가 구심점 만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럼 측은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뿐 아니라 학자 등 200명 정도가 이 포럼에 참여했으며 앞으로 정치·행정·경제·사회 등 4개 분과로 운영될 예정이며 2~3주 정도를 주기로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며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밝혔다.

오는 31일에는 민주당내 비이재명(비명)계 조응천·이원욱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민주당의 길’이 공식 출범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열리는 모임이라 비명계 의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내놓으며 당내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모임에선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을 주제로 토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비명계가 구성한 ‘반성과 혁신’ 모임을 확대한 것으로 향후 민주당의 비전과 방향을 논의하는 모임으로 알려졌으며 비명계 인사 30여 명과 친문그룹인 이인영·홍영표 의원도 최근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 참여한 한 의원은 “우린 비전과 대안 위주로 고민을 하자는 취지에서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도 다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선거제 개편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도종환 전해철 등 현역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친문’ ‘비명’ 등 계파적 시각으로 보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가 아닌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서 기소가 되면 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대표는 설 연휴가 끝난 28일 검찰에 출석해 대장동 개발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에 이어 두 번째 소환 조사로 기소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민주당 당헌 80조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될 때 당직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무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설 연휴가 끝나면서 민주당은 당 대표의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어수선하고 여권인 국민의힘에선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는 등 선거전이 반전을 거듭하는 등 이래저래 여의도 정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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