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2일 북구청 앞에서 배광식 북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2일 북구청 앞에서 배광식 북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으로 구성된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바비큐 파티에 이어 수육 잔치를 열었다. 최근 북구청이 제안한 이슬람사원 건립터 인근 부지 매입안을 반대하는 동시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취지의 행사다.

이날 오후 1시께 대현동 주민과 비대위 관계자들은 이슬람사원 건립터로 향하는 주택가 골목에서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 국을 차례로 준비했다. 현장을 찾은 지역 주민은 차례로 배식을 받았고, 이슬람사원 건립과 관련된 불편한 속내도 주고받기도 했다.

한 주민은 “잘못한 배광식 청장이 직접 현장에 와보고 의견도 듣고 해야 된다”며 혀를 끌끌 찼다. 옆에서 듣던 다른 주민은 “그렇게 말을 잘 들었으면 이런 상황도 안 만들었겠지”라며 거들었다.

식사를 챙긴 주민 10여 명이 골목 밖 길가에 마련된 자리에서 식사를 하자 무슬림 유학생 2명은 머물던 주택에서 벗어나 학교로 향하기도 했다. 주민과의 마찰은 없었다. 행사를 진행한 비대위와 대다수 주민은 “차별과 혐오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지키려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며 돼지고기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이어나갈 의사를 밝혔다.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이 2일 이슬람사원 건립 부지 인근 골목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이 2일 이슬람사원 건립 부지 인근 골목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비대위와 주민은 수육 잔치 행사에 앞서 북구청을 찾아 이슬람사원 이전을 비롯해 배광식 북구청장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지난 19일 구청으로부터 ‘대현동 이슬람사원 인접부지 매입 관련 의견 수렴’이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이슬람사원 건립터 주변 부지를 매입해 주민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매도 희망 여부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2년 만에 배광식 청장이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대안이 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 터전을 빼앗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북구청장 후보자토론회 때 배 청장이 이슬람사원 건축 부지가 민가 밀집 지역으로 어떤 종교시설도 그 지역으로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며 “어디까지 가더라도 지역 주민 편에서 중재하고 노력하겠다고 명백히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당시 대현동 주민의 고통을 이용해 표를 얻고 당선된 후에는 주민의 단물만 빼먹고 뱉었다”며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이 2일 이슬람사원 건립 부지로 통하는 골목에서 돼지고기 수육을 배식하고, 인근 주민이 배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골목 우측 이슬람사원 건립터에 골조만 지어진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비대위는 또 “외국인만 보호하는 기막힌 현실 앞에 오죽 답답하면 사원 건축 반대를 기원하는 간절함으로 돼지머리를 갖다 놓았겠는가”라면서 “우리는 10건 이상의 고소와 고발을 당했고 수천만 원의 벌금과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돼지머리를 가져다 놓은 주민 2명은 업무방해로 검찰에 송치됐는데, 이것이 대현동 주민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이슬람사원 건축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북구청은 이슬람사원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고, 배 청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활동 중인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이 2일 이슬람사원 건립 부지 인근에서 돼지고기 수육을 배식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와 주민자치회가 2일 북구청 앞에서 배광식 북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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