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강제금 내면서 '배짱 영업'…솜방망이 처벌 불·탈법 부추겨
인근 상인들 철저한 관리 촉구…서울시는 하반기부터 2배 인상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활성화 마스터플랜 용역 과업 범위.

속보=대구 동구청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동촌유원지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원지 일대에서 불법건축 행위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허가 건물 등 불법건축물이 난립하는 상황(경북일보 2022년 7월 25일 자 8면 보도)이 지적된 이후 개선조치가 이뤄졌으나 일부 불법건축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 계도에 이어 이행강제금 부과하고 있지만, 벌금보다 불법 증·개축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은 구조적 문제가 불법을 근절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2월 법원 판결로 드러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촌유원지 내 국유지에서 신고 없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국유지인 임야를 대부받아 식당 건축물을 무단으로 축조해 25년이 넘도록 영업을 이어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부실 관리로 연간 180만 원 정도의 금액만 내면 영업이 가능했고, 일반음식점 영업행위나 청소년보호법위반죄로 입건되면 업주와 아내가 명의를 바꿔가며 번갈아 처벌받는 방식으로 처벌 수위를 축소하기도 했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아 발생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기준 동구청은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시정명령 조치와 자진철거 등의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집행하는 이행강제금 부과(2건)도 진행 중이다.

건축 허가권자가 연 2회 이내로 부과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은 지자체가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건물주가 일정 기간 이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부과하는 일종의 과태료다. 불법건축 행위로 얻는 경제적 수익을 환수해 금전적 부담을 주고, 해마다 반복해 부과함으로써 위반사항을 스스로 바로잡도록 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과 비교해 이행강제금이 적다면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왔다. 이행강제금을 마치 운영비처럼 생각하고, 불법건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우가 있어서다.

동구청은 이달 ‘동촌유원지 하천둔치 일원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본격 추진 중이다. 대구시의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에 맞춰 구청의 의견을 개진하고 유원지 발전을 위한 관련 사업구상에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새로운 사업 구상에 앞서 기존 유원지에 대한 관리·감독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산업 등으로 동촌유원지가 활성화하는 동시에 근절되지 않은 불법건축이 다시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원지 상권 관계자는 “우리 상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불법건축으로 영업이익을 늘리고 적발된 이후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영업을 계속 하데, 수익보다 벌금이 적은 ‘솜방망이’ 처벌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상인 입장에서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 “불법 건축은 상권과 부동산 생태계를 흐리는 행위”라며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이미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에서 불법·탈법이 없도록 지자체가 먼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불법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올해 하반기부터 최대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현행 건축법 제80조에 따르면, 1회 이행강제금은 위반 건축물 면적에 1㎡당 시가표준액의 절반을 곱해 산출한다. 서울시는 절반이 아닌 시가표준액 전체를 곱하도록 바꿔 이행강제금을 두 배로 높이는 방안을 세웠다. 연간 2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면 최대 4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셈이다.

이에 맞춰 서울시의회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5월 3일까지 진행하는 제318회 임시회에 이행강제금을 올리기 위한 ‘서울시 건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상정한 상태다. 이행강제금 인상은 ‘이태원 참사’ 후속 대책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동안 불법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이 미미해 건물주를 제재하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마련된 대책이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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