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이건수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경북대의대 명예교수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재해 중에서 화재는 빈번하고 손실이 크지만 예방 조치를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근대에 와서 개발된 예방접종은 질병 예방의 방법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스페인 독감(A형 인플루엔자)은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하여 그 당시 세계 인구 16억 명 중 5,0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대재앙이었으며(한국 인구 1,678만 명 중 13.9만여 명 사망), 3년 전 시작된 코비드-19(일명 코로나) 확진자 수는 6.9억 명이고 사망자 6.9백만 명(한국 3.1천만 명 진단, 3.4만 명 사망)으로 인구 멸망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발생을 하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 외에 지금까지 인류에게 큰 타격을 안겨준 세균에 의한 전염병으로는 페스트, 콜레라, 결핵 등으로 결핵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될 과제 중 하나이다.

수많은 별 중에서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유일한 행성이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기본적인 환경은 햇볕, 산소, 물 그리고 영양소이다. 생명체에는 동물, 식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즉,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존재한다. 미생물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동, 식물의 세포와 조직에 침투해서 질병을 일으키고 증식해서 종(species)을 유지해 왔다.

쉽게 말하면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의 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하거나 공생하는 원리를 반복해 왔다. 만약에 인류가 지금처럼 먹이사슬의 최상위 위치를 차지할 두뇌가 없었다면 아마도 모든 생명체는 힘이 제일 센 동물에 의해서 지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동물도 작은 바이러스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동식물의 세포가 존재해야 종을 유지하는데 숙주가 없어졌으니 또한 사멸되어 모든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모두 다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명체는 이러한 미생물의 감염에 대처하는 체내 방어기전이 있어서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왔다. 여러 가지 방어기전 중에서 림프구는 침입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해서 바이러스가 죽도록 하는데 이것을 체액면역(humoral immunity)이라고 한다. 특히 홍역과 같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오래 지속되어 일평생 한 번 만 걸린다.

이러한 체액면역 생성기전을 활용하는 의학이 예방접종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즉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일부분(particles) 또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약독화(attenuate) 시킨 바이러스를 인체 주입시키므로 인위적으로 체내에서 항체를 만들게 하고 보유하는 원리이며 이를 능동면역이라고 한다. 이것과 대조되는 것이 수동면역인데 병을 앓고 회복된 후 생성된 환자의 항체가 포함된 혈청을 정제해서 주사하는 방법이다. 같은 원리로 생성된 산모의 항체가 탯줄을 통해서 어린이에게 전달되는데 생후 6개월까지 어린이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방접종의 첫 시도는 1796년 영국인 의사 Jenner에 의해서 고안되었던 천연두 예방접종이며 이후 발전을 거듭해서 수많은 인류를 많은 전염병으로부터 구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예방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세까지 국가가 지정한 무료 기본 예방접종의 질병 수는 금년부터 무료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를 포함해서 남아 16개, 여아 17개 질환이며 접종 횟수로는 37회 정도이다. 이러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 덕분에 천연두(small-pox)는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추어 오래전부터 예방접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소아마비도 전 세계적으로 박멸 단계에 도달하였으며 봄철에 기승을 부리던 홍역과 독일 홍역(풍진)은 99% 이상 줄어들었다.

예방접종의 방법으로 대부분이 주사(근육, 피하 또는 피내)이고 로타 바이러스와 장티푸스는 경구투여를 하며 드물게 인플루엔자 생백신은 비강 흡입하는 접종법도 있다. 예방접종의 시기와 주기는 갖가지 실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질환 별 예방접종의 시작 연령과 간격 그리고 횟수가 결정된다. 생백신일 경우 같은 날 다른 부위에 맞을 수 있으나 간격을 띄울 경우 최소 4주 띄어야 효과가 최적이다. 약독화 생백신의 종류로는 BCG, 로타 바이러스, MMR, 수두, 일본뇌염(생) 등이 있다. 모든 어린이들이 정해진 시기에 예방접종을 하면 다행이나 때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특별한 스케줄이 따로 계획되어 있다. 그리고 특수한 상황 즉, 미숙아와 저체중아, 임신, 면역결핍 그리고 골수이식 환자인 경우에는 각 상황에 맡는 맞춤형 예방접종 계획이 필수적이다. 인플루엔자 상기도 감염 (일명, 독감)은 1년에 1회 접종하며 코비드-19는 1년에 1(~2)회 예상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효과를 부정하면서 접종하기를 기피하는데 특별히 금기가 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본 예방접종은 반드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참고로 이러한 기본 예방접종의 수는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일 경우에 반드시 수막알균(meningococcus)에 대한 예방접종 및 증명서가 필요하다. 성인에게 예방 가능한 필수적인 예방접종으로는 인플루엔자, 코비드-19 외에 폐렴구균, 대상포진,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일명 자궁경부암)이며 예방접종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어 질병으로부터 노인을 구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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