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재경·산자·건교부와 청와대 타부서에도 통보

천호선(千皓宣)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지난달 말 철도청의 유전사업 문제를 조사했던 국정상황실 서모 행정관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전달받고도 19일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또 감사원은 철도청 유전사업에 관한 감사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조사 사실을 파악했으며, 검찰은 이를 토대로 서 행정관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를 문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정원이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철도청 관련 문제를 정보보고하면서 청와대 다른 부서를 비롯해 재경부와 산자부, 건교부 등 경제관련 부처에도 같은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31일 서 행정관이 천 실장에게 '우리가 2004년 11월에 사실을 파악했던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며 "그러나 이 사실이 4월18일까지 내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행정관은 지난해 11월9일 당시 박남춘(朴南春)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관련 정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지시를 받고 철도청 왕영용 사업본부장 등을 상대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며, 당월 15일 국정상황실은 철도청의 사업 포기를 이유로 이 사안을 자체 종결처리했다.

김 대변인은 또 "4월18일 검찰에서 서 행정관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와 왕 본부장에 대한 문의 여부를 물었고, 서 행정관은 이런 사실을 천 실장에게 보고했다"며 "천 실장은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비서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전의혹 문제를 관리하고 있던 민정수석실이 지난 2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당시까지 취합된 내용을 보고했으며, 노 대통령은 "즉시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천 실장이 검찰조사 이전까지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작년 11월 국정상황실에서 점검한데다 철도청의 자체 사업포기로 종결처리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정치권 개입이나 비리의혹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또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었고 민정수석실에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정상황실이 별도로 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11월 상황은 비리의혹과 관련 없는 정책사안 체크 과정이었고, 그것으로 상황실에서는 종결된 건으로 계속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의혹을 은폐하거나 그 사안에 대해 개입할려는 시도는 일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도청의 유전개발 문제를 처음 조사했던 박남춘 현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11월 국정원에서 올린 철도청 관련 정보보고 원본을 회람시키며 청와대의 개입의혹을 일축했다.

문제의 원본에는 특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보좌관, 재경부총리, 산자, 건교 장관도 참조'라는 내용이 들어있어 청와대 뿐만 아니라 관련 부처에서도 철도청 문제에 관한 사안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은 "사업이 재원확보 차질로 인수 무산 위기에 봉착했다.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은 그간 정보보고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주(金榮柱)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정보보고가 너무 많아 당시 그런 보고서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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