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휘문 성결대 교수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재실시되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통해 자기부담에 의하여 처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행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목적을 달성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와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역시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하여 기구와 인력에 대한 강력한 통제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을 왜 중앙정부가 관리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정원은 전년도 기준인력, 소방인력, 국정현안 수요, 지역현안수요 그리고 조직관리 인센티브를 통해 산정하고 있다. 기준인력은 인구, 면적, 주간 인구, 65세 이상 인구, 사업체 수, 장애인 수, 외국인 인구, 농경지 면적 등과 같은 행정수요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원을 산정하면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수요 지표들은 인구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지표 간 다중공선성을 가진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반영한 정원 산정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기준인력 이외에 별도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재정적인 패널티를 받게 된다. 즉, 기준인력에 대한 경비는 보통교부세를 통해 교부받고 있는데, 기준인건비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보통교부세 미교부 이외 추가적으로 재정패널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인력 이외 추가인력을 고용하여야 하나 재정패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수요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의 양으로 바꾸던지, 현행 행정수요지표를 통폐합하고 새로운 지표를 포함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개선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이 반영된 기구와 정원이 산정되는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에 대한 관점을 혁신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수와 정원을 중앙정부가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견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이 있다. 이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을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신 중앙정부는 행정기구와 정원과 관련된 조직분석을 실시한 후 지방의회, 시민단체 그리고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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