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정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의 블랙홀에 빠져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미 상태에 놓였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이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언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20일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는 자신에 대한 국회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부결 시켜달라’는 요청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 형식으로 밝혔다. 사실상 자당 의원들에게 읍소를 한 모양새다. 이 대표의 입장문을 접한 민주당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들은 “방탄용 단식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부결 요청’으로 그가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22일째 벌인 단식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개인의 신뢰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이 시점에서 이 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려면 국민에게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떳떳하게 지켰어야 했다. 본인이 수차례 공언해온 검찰의 수사혐의에 대해 결백하다면 ‘방탄 단식’이라는 일부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단식을 끝내고 법원에 참석하는 분연한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 대표로서 국민에게 지금까지 말해왔던 검찰수사에 결백하다면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게 옳다. 그런데 그는 페이스북에서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저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면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부결 투표를 요청했다. 애처롭게도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이 날까지 단식을 하고 있는 모습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 대표 개인으로 인해 정국이 혼란의 블랙홀에 빠져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대통령은 외유 중이고 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배경으로 내각총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총리해임안에 대한 투표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도 이날 잇따라 실시한다. 체포동의안의 투표 결과가 가결이냐 부결이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면서 이 대표 개인은 물론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운명과 총선 전략 등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문제는 며칠 앞으로 닥친 추석 밥상에 오를 최대 이슈로 부상해 유권자 표심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정권 심판론과 거야 심판론의 대결이란 기본 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지금까지 여야 어느 쪽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해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백중세였다”며 “이 대표 체포안의 표결은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여야 총선의 큰 물줄기를 바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이번 단식을 두고 국민들은 별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은 “왜 단식을 하는가”하는 무반응이다. 정치지도자의 단식에는 국민의 공감이 따라야 한다. 민심이 움직이지 않은 단식은 실패가 자명하다. 이 대표 단식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의원은 “그만하라”는 주장까지 펴지 않았나. 이제 이 대표에게 남은 유일한 ‘단식 출구명분’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절대 다수표로 부결을 시켜 구속을 피하고 당 대표 권력을 지키는 것이 었으나 오늘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이로인해 친위세력인 개딸들의 검찰 규탄 목소리가 높아져 정치판은 극단과 극단이 부딪치는 폐허가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