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거주시설서 31가구 생활
연휴 맞아 자식·친척집 찾아가
피해 시설 복구 지원 등 절실

감천면 벌방리 수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이번 추석은 그리 달갑지 않네요. 아빠의 빈자리가 커서 그런지 친척들과 즐거운 명절이 되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지난 7월 15일 예천군의 극한호우로 주택과 논·밭 등이 사라지고 일상이 무너진 수해 피해자들은 경북도와 예천군이 마련해준 임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지인들과 친척들을 맞을 공간 등이 협소해 대부분 이번 추석에는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거나 자식의 집으로 간다는 분들이 상당수다.

예천군의 임시 주거시설에서 31가구 48명이 생활하고 있다. 감천(11가구)·효자(9가구)· 은풍(3가구)·용문(3가구)·감천(3가구)·호명(2가구)이다.

추석을 앞둔 26일 오후 3시. 이번 수해로 부친이 실종돼 2개월 만에 가족의 합의로 지난 2일 유품 장례를 치른 김지근 (36·남) 씨는 임시 주거시설인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8.2평)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이날도 추석을 맞아 서울 큰아버지 댁을 방문하기 위해 나선 김지근 씨는 “아빠의 가족이 3남 2녀로 큰아버지 삼촌 고모 등 가족이 명절 때마다 많아서 시끌벅적했는데 이번 명절은 그리 반가운 마음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3시 예천군 벌방리 수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김지근씨가 수해 이후의 심정을 말하고 있다.

김지근 씨는 낯설고 어색한 공간 임시주거시설에서 하루를 시작하지만, 부친과 함께해온 사업장 복구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벌방리 11가구 임시주거시설을 방문해 보니 파손된 주택 청소와 미루어둔 농사일을 보러 간 이재민들로 한산했다.

거동이 불편한 또 다른 이재민 A (82) 씨는 “그날 (7월 15일 밤)쿵쿵거리는 소리가 난 후 큰 돌이 담벼락을 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며 “지금도 포크레인 소리와 가끔 큰소리만 들려도 그날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라고 전했다.

또 A 씨는 “주거시설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가끔 유아용 유모차를 끌고 주변 경로당이나 마을 산책 정도라며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 보고 오지 말라고 했어요. 조상 산소도 못 갈 것 같다”고 전했다.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김지근 씨는 “유례없는 폭우가 우리 지역에 이렇게 집중적으로 와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해 너무 속상하고 밤에 잠을 못 자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자연에 의한 피해가 되다 보니 보상도 제대로 못 받고 사유지는 지원이 안 돼 집을 다시 지으려 해도 이자 감당에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제발 이재민을 위한 이자만이라도 싸게 나라에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