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여건 개선…청년이 꿈꾸는 삶의 터전 가꾼다

상주에서 한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인 ‘우리들의여름방학’이 열린 지난 8월 참가자 12명이 경상감영공원을 방문해 상주를 체험하고 있다. 상주시제공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89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에 봉착한 상주시는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와 함께 청년층의 유입 정책이 과제로 대두했다.

현재 상주시는 경북 시 단위 청년 인구(15~39세) 최하위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청년 비율이 19.4%로 전국 평균(30.5%)과 경북 평균(25.4%)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지역 가치를 발굴해 상주 귀촌과 정착을 견인하는 청년 공동체 ‘이인삼각 협동조합(대표 서민수)’이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는 ‘이인삼각’은 대안적인 삶을 위한 선택지로 상주를 선택한 청년들의 공동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인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첫발을 뗐다.

사업 목표인 지방 청년의 유출 방지와 도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위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상생하는 다양한 청년 문화 활동이 입소문이 나자 주민의 만족도와 인정도 높아 청년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리라는 희망도 생겼다.

서민수 대표는 “청년마을 활성화 사업이 애초 계획된 3년 차의 마지막 해를 맞고 있다”며 “청년 문제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지역 정착을 위한 문화·주거 인프라 등의 정주 여건 개선 노력과 함께 청년 유입의 홍보 최 일선에 선 이인삼각의 행보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한편 상주시는 거주 편의 제공 등을 통해 청년들의 상주 경험과 정착을 돕기 위한 정책에 발 벗고 나섰다.

올해 초 공모에 선정된 ‘상상주도 어울림 화수분’ 사업은 지역 내 취업·정착한 청년에게 80세대의 공공 임대주택과 커뮤니티 공간 등 지원시설을 건립해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비 280억 원을 투자해 6000㎡ 용지에 15층 높이로 2026년 12월 완공될 계획이다. 또 타 지역 청년이 상주를 경험하거나, 창업을 위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청년을 위한 ‘체류형 청년 게스트하우스’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인삼각이 주관한 상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여름방학’이 진행된 지난 8월‘ 왕산 독립 영화제’를 마치고 제작 스탭과 소통하는 참가 청년들. 상주시제공

△‘우리들의 여름방학’, 상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

귀촌을 꿈꾸고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과 삶의 방향을 고민하며 상주에 관심 가진 다른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1일부터 4주간 운영됐다.

한 달간 상주에서 살아보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깨닫고 경험할 수 있다.

올해는 전국에서 온 12명을 대상으로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상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기획 프로그램인 ‘왕산 독립 영화제’를 개최해 지역 주민과 함께 야외에서의 단편 영화 상영과 제작 스텝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해 호응도가 높았다.

상주에 매력을 느낀 6명은 이인삼각이 주관한 ‘경북에서 가치 살자-K로컬 100’ 행사에 스텝과 참여자로 다시 상주를 찾아 고무적이다.
 

이인삼각이 주관해 지난 9월 8일부터 3일간 상주-문경에서 열린 ‘경북에서 가치 살자-K로컬 100’ 행사에 참가한 청년들이 상주 북천공원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상주시제공

△경북연합 청년 거버선스, ‘경북에서 가치 살자’

이인삼각은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상주·문경에서 진행된 ‘경북에서 가치 살자-K로컬 100’ 행사를 주관했다.

이번 행사는 청년의 지역 정착과 로컬 창업, 청년 정책을 고민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 청년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이들은 경북지역 인구감소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상주·문경·의성 지역 청년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사전 접수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명의 청년이 2박 3일간 상주·문경에 모여 ‘경북이 청년의 꿈꾸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깊은 토론를 가졌다.

이를 통해 지역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이 지역에서의 정착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됐다.
 

이인삼각이 주관해 지난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개최한 환경정화운동 ‘줍줍올림픽’에 참가한 150여 명의 청년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인삼각협동조합 제공

△‘줍줍올림픽’

지난 6월 환경의 달을 맞아 개최된 ‘줍줍올림픽’은 타 지역민을 포함한 150여 명이 참여한 환경정화운동의 일환이다.

상주시 북천 시민공원부터 왕산역사공원까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로 펼쳐졌다.

올림픽 게임 방식을 접목해 쓰레기를 많이 모은 참여자에게 무게에 따라 금·은·동메달이 주어지는 흥미와 재미도 더했다.

또 청년 환경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토크 콘서트와 비건 체험 소셜다이닝이 진행됐다.

이는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이인삼각이 지난 5월 전국에서 모인 청년과 함께 3일간 생활하며 주최한‘상부상주’ 프로그램 중 참가한 70여 명이 ‘벽화와 나눔으로 상주 거리 꾸미기’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이인삼각협동조합 제공

△‘상부상주’

전국에서 모집한 청년과 지역 청년 70여 명이 함께 지난 5월 3일간 생활하며 상주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벽화와 나눔으로 상주 거리 꾸미기’ 행사와 지역 주민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지역을 알아가는 신뢰 구축에 큰 보탬이 됐다.

특히 아동복지시설에서 진행된 벽화 그리기는 아이들과 주민 등 100여 명이 공동 참여해 세대 간 소통과 화합으로 지역 공동체 문화를 조성했다는데 자부심도 높였다.
 

서민수 이인삼각 협동조합 대표. 김범진기자

△서민수 ‘이인삼각 협동조합’ 대표

상주에 연고가 없는 서민수 대표는 부산 태생으로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울에서 18년간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해 왔다.

서 대표는 친구의 권유로 브랜딩(CI 디자인) 전문가로 섭외돼 올해 4월부터 이인삼각에 합류했다.

전국에서 선정된 35개 청년 마을 중 상주시 ‘이인삼각’이 성공 모델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는 서 대표는 “봉사활동의 일환인 ‘상부상주’ 참가자 1명이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베이커리 자원봉사활동까지 연계하는 게 가장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민수 대표는 “처음에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로컬로 모인 청년과 소통하며 청년 마을 프로그램을 추진할수록 야릇한 사명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년에는 상주에서 창업한 친구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브랜딩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며 “작은 도시도 살아볼 만하고 희망이 있는 곳으로 변화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진 기자
김범진 기자 goldfa@hanmail.net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