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의료 혁신전략 발표
의사 수 늘리고 임금 규제 완화
지역 필수의료 컨트롤타워 육성
의대 증원 규모는 추후 재논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한 지방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전국 국립대병원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풀기로 했다. 지방의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대형병원 수준으로 육성해,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더라도 주거지 인근 국립대병원에서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도 기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꿔 진료·연구·교육 등의 분야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아과 오픈런’(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지역·필수의료 붕괴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정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 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큰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다. 당장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부터 내놓고, 의대 정원 확대 관련 구체적인 사안은 의료계와 추가 논의를 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우선 국립대병원이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 인건비와 정원 관리 등 공공기관 규제를 풀어줄 계획이다.

현행법상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원을 함부로 늘릴 수 없고,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도 총액 인건비(올해 기준 인상률 1.7%)로 묶여 있다. 이에 실력이 뛰어난 의료진이 수도권 대형 병원 또는 사립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흔히 일어났다.

작년 기준 국립대병원 의사 2년 내 퇴사율은 58.7%에 달했다. 주된 요인은 보수, 근로 여건 문제였다.

국립대병원 관리 부처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꿔 의료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이를 통해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보건의료 R&D 혁신, 인력 양성·공급 등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소관 부처가 바뀌면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전공의 정원 조정’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국립대병원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는 방안, 인력·인건비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안은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후화된 중증 및 응급 진료 시설과 병상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금도 준다. 현재 국립대병원의 진료시설과 장비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은 25% 정도 받고 있는데, 이를 75%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육성한 국립대병원에는 지역 내 필수 의료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까지 부여해 ‘지역의료의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게 된다.

정부는 또, 우수한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을 전국 70개 중진료권별로 육성해 필수의료 수술·응급 공백을 해소하고 환자의 상급병원 쏠림을 방지할 계획이다. 진료 정보 교류, 의뢰·회송 지원 강화를 바탕으로 컨트롤타워인 국립대병원과 지역 병·의원이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하고,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하는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은 현재 만성질환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반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역에 남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현재 40%인 의대 지역 인재 전형 비율을 더 확대한다.

이날 정확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복지부는 50%까지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의협이 진행한 연구 조사를 보면 지방 광역시 소재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60.1%가 지방에서 근무했다.

또한, 전공의들이 지역·필수 의료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의 수련병원에 전체 전공의 정원의 50%를 의무 배정한다. 필수진료과의 수련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한다. 고난도·위험 부담이 큰 수술을 많이 하는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민·형사상 부담도 낮춘다. 기존에는 어쩔 수 없는 분만의료 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70% 분담했는데, 이제는 전부 책임진다. 환자 보상금 한도도 올릴 계획이다.

의사단체들의 요청대로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수가(酬價·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료행위 대가)도 올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고, 비효율적인 의료 전달체계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겠다”며 “국립대병원 소관 변경을 계기로 필수의료 중추, 보건의료 R&D, 인력 양성 공급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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