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경북일보 청송객주 문학대전 시 은상

이문희 약력 2011년 ‘우리詩’로 등단 시집<아무에게도 해독되지 않는 문장> 외 부산작가회의 회원, 영남시 동인

말에 대해 말하자면

말에 대해 말하자면 할 말이 많아진다.

현대는 말의 홍수 시대다. 말을 듣고 싶은 사람 보다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시끄러운 세상이다. 누구나 제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속에 있는 것을 내뱉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다.

유튜버들이 늘어나는 것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구의 간섭 없이 실컷 하면서 짭짤한 수입까지 챙기는데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있겠는가

말은 할수록 는다.

어눌하던 말솜씨가 다듬어지면서 말의 기능이 향상되어간다. 어느새 유머와 농담을 섞어서 제 할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말을 하고 싶은 갈증도 더 심해진다.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중간에 끼어들어 불협화음이 되기도 한다.

친한 사람끼리는 말이 많아진다.

말이 많아지다 보면 불필요한 말을 자연히 하게 된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상대는 이미 심장을 한 대 가격 당하고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을 뱉어낸 쪽은 뭘, 그까짓 것 가지고, 라고 하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경우에 따라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되기도 한다.

침묵도 일종의 화법이다. 침묵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인격이 형성된다고 믿는다. 입만 다물고 있다고 해서 그걸 침묵이라고 하진 않는다. 침묵은 어떤 의지의 표명이다. 말할 수 있으되 말하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나중의 후회로 남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 그때 침묵이 온다.

침묵은 단순히 말의 멈춤이 아니고, 하고 싶은 많은 말을 말 줄임표로 줄이고 줄여서 발설되지 않는 먹먹한 언어로 남게 하는 것.

침묵을 알지 못하고 우리는 관계를 영위해나갈 수 없다. 누군가는 말을 하고 또 누군가는 침묵할 수 있을 때 세상은 돌아간다. 모두가 다 제 말을 다 한다고 해서 세상이 더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아지는 순간 관계는 위태로와진다. 익숙해진 사이일수록 침묵의 지혜가 필요하다. 침묵할 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침묵을 이해하면서 관계는 익어간다.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말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말의 효용성에 대해, 언어의 경제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리하여 품격 있는 언어의 세계로 조금씩 나아가야겠다.

부족한 말재간을 좋게 봐주셔서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 경북일보사와 청송 객주 문학상 운영위원회, 그리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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