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주소득원인 청송군의 향후 5년, 10년 살림살이의 방향을 결정할 대규모 통계 조사가 시작된다.청송군은 국가 주요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53명의 ‘통계요원’ 양성에 돌입했다고 25일 밝혔다.군 내 농림어가 6689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총조사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국가 농림어업 정책의 ‘뿌리’로 농가 경영 형태 파악을 통해 쌀 산업의 수급 조절 정책을 결정하고, 농지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읍·면·리 단위의 미세한 ‘소지역 통계’까
제라늄이라 쓰고, 페라고늄(Pelargonium)이라고 읽는다. 이름이 달라지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이는 것처럼, 꽃도 나도 언어 속에서 다른 빛을 띤다. 그러나 향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불리는 방식이 달라도, 햇살 아래 피어나는 생의 결은 같다. 제라늄이라 부르든, 페라고늄이라 부르든. 결국 흩어진 향과 빛 속에서 자신을 지켜 나간다.엄마는 제라늄을 좋아하셨다. 장미나 국화를 키우면 좋을 텐데 왜 하필 제라늄일까 의아해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곱고 정연해야 하기에. 그래서 꽃이란 고요하거나 화려해야 한다고 믿었다. 제라늄은 국
비 오는 날, 산책길을 걷다 우연히 한 그루의 나무 앞에 멈춰 섰다. 두 개의 가지가 잘려 나간 자리에서 흰색 수지가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 참아온 눈물이 껍질을 뚫고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날따라 수지의 눈물자국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빗방울이 수지와 섞이며 흘러내릴 때마다, 나무는 말없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지가 잘려 나간 흔적은 검게 움푹 패어 있었고, 그 중심에서 하얀 눈물이 굳으며 흘러내리고 있었다.도끼나 전지가위가 나무의 몸에 닿았을 때 몸을 얼마나 움츠렸을
그날부터 내 몸에서 잎사귀가 피었다들은 척 할 때마다 몸에서 가지가 뻗었다사람들의 입을 잎으로 만드는 재주가 생겼다귀는 나에게 감옥이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잎은 무성한 그늘을 만들고그 그늘 아래서 혼자만의 주파수로 세상을 읽었다세상은 나와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자주 넘어졌다나에게 닿지 않은 소리, 바닥에 나뒹굴었다더듬었지만 연기처럼 사라졌다사라지는 것들을 잡으려다 넘어질 때마다먹먹해지는 꿈들을 하나씩 접었다접힌 꿈들은 귀가 되었다접힌 채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내 몸의 잎들이 커다란 귀를 세웠다활자중독 무성한 초록의 귀를 가졌다◇수상
문장은 언제나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그 아래선 하나를 긋는다밑줄은 말의 그림자,이미 지나간 의미를다시 불러들이는 얇은 다리다누군가는 사랑 밑에 긋고,누군가는 후회 밑에 긋는다가끔은 지우지 못한 이름 밑에,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 밑에.시험공부의 잉크 냄새 속에서밑줄은 이해의 표식이 아니라두려움의 손가락이었다이제 나는 밑줄을 긋지 않는다대신 살아 있는 것들 아래눈길을 한 번 더 준다밑줄은 결국세상을 읽는 방식이 아니라멈춰 서서 다시 보는 법이었다한 사람의 생애를 펼쳐 보면가장 진한 밑줄은 언제나사랑과 상처의 경계에
차가움과 뜨거움이 번갈아 지나간나무의 움푹한 몸통은 온돌방이었다그냥 두면 터져 버릴 거 같은 가을은불티로 매달린 잎들을 데리고 끈적거리는 탐욕 속으로먼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혼자여서, 거부할 수 없는아프거나 젖을수록 더 서러워지는구르몽의 시집 낱장을 헤적여여백 많은 페이지 속에 한 줄 적막 새겨넣는다헤진. 신발 끌고 돌아오는 나그네처럼끝내는 허탈이겠지만성큼 다가온 추위에 쩍쩍 갈라진 몸을너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이런 나를 감싸주지 못한 너는거부하는 나를 신비롭게 바라보았을 테지남긴 한점 불씨 같은 홍시 하나로품 안에 다시 돌아온
청송군이 긴축 재정 기조가 확산되는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내년도 살림살이 규모를 올해보다 과감히 늘리는 ‘확장 재정’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은 ‘농업 경쟁력 강화’와 지난봄 지역을 할퀸 ‘산불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다.청송군은 2026년도 예산안을 2025년 본예산보다 464억 원(9.31%) 늘어난 총 5450억 원 규모로 편성해 청송군의회에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농업’이다. 전체 예산 중 농림해양수산 분야가 1176억 원(21.5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기후 위기로 인한
문학대전의 열기는 행사 이튿날인 23일, 청송의 문화와 자연을 탐방하는 팸투어로 이어졌다. 수상자와 가족 30여 명은 청송객주문학관을 출발해 국가민속문화재인 송소고택, 청송백자 도예촌, 주산지, 군립청송야송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청송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참가자들은 가장 먼저 조선 영조 때 만석꾼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건립한 ‘송소고택’을 찾았다. 조선 상류층 주택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헛담(내외담)과 별묘 등 경북 북부 전통 한옥의 미학적 가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어 방문한 ‘청송백자 도예촌’
원로소설가 김주영 작가가 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 및 학술포럼에서 몽골군의 전쟁 방식과 말 문화의 특성을 예로 들며 “문학은 평생의 고행이며, 겸손과 끊임없는 노력이 작가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김주영 작가는 시상식에 이어 열린 문학 특강에서 징기스칸과 몽골군의 전략을 비유 삼아 작가 정신과 문학적 태도를 짚었다. 김 작가는 “동양인으로 유럽을 제패한 것은 징기스칸이 아니라 그의 셋째 아들”이라고 바로잡으며, 몽골군이 어떻게 거대한 유럽 세력을 돌파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 뒤, 이를 문학 수행 과정과 연결해 풀어냈다
‘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이 22일 소설가 김주영의 고향인 청송군 진보면 ‘청송객주문학관 다용도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국내외 문인 및 문학 지망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청송객주문학대전 공모전 시상식에는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 이승택 청송부군수, 심상휴 청송군의회 의장, 신효광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장을 비롯해 청송군의회 의원, 수상자와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올해 문학대전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2079편, 수필 876편, 단편소설 183편 등 총 3138편이 접수되
“가장 한국적인 그릇에 담긴 가장 이국적인 맛은 어떤 느낌일까?”500년 역사를 지닌 청송의 자랑 ‘청송백자’가 진열장을 넘어 군민들의 저녁 식탁으로 들어온다. 청송의 청정 자연에서 빚어낸 뽀얀 백자 위에 베트남의 반쎄오, 이탈리아의 뇨끼 등 세계 각국의 요리가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될 예정이다.(재)청송문화관광재단(이사장 윤경희)은 지역 대표 문화유산인 청송백자의 가치를 일상에서 재발견하기 위해 체험형 요리 수업 ‘청송백자에 담아보는 세계 요리’를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오는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매
돌확에 담긴 시간의 온기오랫동안 제 자리를 지켜온 마당 한켠의 돌확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제 마음속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돌확은 언제나 우리 집의 조용한 그릇이었습니다. 겉으론 아무 일 없는 듯 묵묵했지만, 그 속에는 어머니의 손길과 절구 내리던 소리, 새벽 공기의 풋 내음, 굳은 손마디가 어루만진 시간이 겹겹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돌확 앞에 서면 손끝에 밴 짠 내와 등을 타고 흐르던 겨울 햇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곤 합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자리였지만, 그곳에는 온기와 차가움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등에 와 닿는 햇살의 무게가 한결 가볍다. 계절을 먼저 알아차리는 건 의식이 아닌, 감각이다. 입술 언저리에 닿는 바람결이 까슬하다.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옆구리에 터를 잡을 때면, 나는 돌확과 처마가 잇닿은 풍경 속에 조용히 선다.물방울 하나가 돌확 표면을 툭 치는 첫소리가 들린다.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움푹 파인 제자리를 기억하는 것일까. 물방울은 나직나직 돌을 토닥인다. 바닥에 깔리는 젖은 음은 금세 사그라지지만, 곧 길고 얇은 여운으로 가슴을 미세하게 두드린다.또 한 방울, 다시 한 방울. 이번엔 돌확 가장자리에 파장을 일으키
올해로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은 제12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연륜에 어울리게 수필 분야에서는 876편의 작품이 응모하였고,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통과한 45편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작품들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보이면서 수필 문학의 앞날을 밝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개인의 내밀한 존재의 모습을 파고드는 작품이 많아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성은 많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사물이나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이미지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은 물질의 실재성에 작가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받아든 문자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당선 문자였습니다. 저는 사람 많은 식당에서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소설을 쓰면서 늘 고민이 자리 잡은 머릿속이, 공허할 것만 같던 애씀이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뻐 눈물이 났습니다.더 빠르고, 좀 더 자극적으로 혹은 극단으로 치닫는 그런 소설을 써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던 요즘입니다. 어쩌면 지식이 다인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말입니다. 앎의 세상에 눈물을 묻히고 생각을 펼쳐 약한 것을 소중히 담아내는, 사람
눈이 아프다. 눈을 세게 비볐다. 오늘 아침에 습관처럼 들른 안과에서 의사가 말했다. 여전히 무언가 꿈틀대는 느낌이 드나요? 벌써 십년인데. 털어버릴 때도 된 것 같은데, 라고. 나는 의사를 쳐다보며 살짝 웃었다. 십 년 동안 나를 봐 왔으면서 선생님은 왜 벌써, 라는 단어를 썼는지 의아했다. 십 년이면 어떤 일이라도 무디어져야 한다는 듯이. 삼천육백오십일이면 어떤 아픔도 흔적으로만 남아야 한다는 듯이.눈이 점점 아릿해왔다. 눈알을 밀어내는 무지근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속은 온통 핏빛이었다. 핏빛 속 시뻘건
사과의 고장 청송이 인간의 노화를 되돌리는 ‘역노화(Reverse-Aging)’ 기술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도약하고 있다. 단순 농업 지역에서 첨단 바이오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청송군은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소노벨 청송에서 경상북도, 대구가톨릭대학교 AI역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2025 청송 국제 역노화 포럼(International Reverse-Aging Summit 2025)’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군이 추진 중인 ‘K-U시티 역노화 사업’의 핵심 행사로, 지역 특산물인 사과 등 천연물에 AI 분석
청송군의회(의장 심상휴)가 기후 위기로 신음하는 농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지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군의회는 지난 19일 의회 특별위원회실에서 의원간담회를 열고, 집행부가 제출한 군정 핵심 현안 6건을 종합 점검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기획감사실·사회복지과·농정과·농업기술센터가 제출한 복지·농업·청년 지원 등 지역의 중장기 과제들이 집중 논의됐다.보고된 안건은 △청송국제역노화포럼 개최 계획 △제5기 지역사회보장계획 및 2026년 연차별 시행계획 △청송군장애인복지센터 건립 계획 △2025년 시
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이 화려한 막을 열었습니다. 신춘시즌이 다가오며, 잠 못 이루며 집필에 몰두했을 많은 문청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말을 먼저 드리고, 특히 해외에서 응모해주신 분들께 기운찬 박수를 보냅니다.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참여로 단편소설, 시, 수필 등의 세 개 장르에서 총 편수 3,138편의 응모 원고가 들어왔습니다. 시 2,079편, 수필 876편, 소설이 183편이었습니다. 문학대전에 응모하려고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수정을 거듭했을 작가들의 열정 어린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문학상 대상을 공동 수상하게
지난 18일,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한 과수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늦가을 마무리 수확을 서두르는 사과 재배 농민의 손길이 바쁘다.올해 사과 생산량은 다행히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9~10월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착색이 지연되면서 수확이 늦어진데다 ‘대과(大果)’ 비중이 줄면서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1월 농업관측 보고서를 통해 이달 후지 사과(상품) 도매가격이 10㎏ 기준 6만 원 내외로, 지난해 5만6900원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산지 농민은 “10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