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겨울에 닿고

맑은 바람 부는 10월입니다. 꽃빛 보다 환한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상을 받다니 꿈만 같습니다. 시와 만남이 오래되어 더욱 기뻤습니다. 좀 더 공감받고 감동 주는 시 쓰기를 하라 시듯.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시의 세계와 만나 상상력과 오감을 접목하여 새로운 세계를 보는 건 즐거웠고. 상상으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딘 감각으로 감동을 주고 공감받을 수 있는 작품 쓰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시의 세계는 무한이라 막힘이 없어 계속 이어 갈 것입니다.

나무와 풀, 벌레와 친구가 되고, 구석의 먼지와 개미에게 말을 걸어 함께 그곳에 있기도 하였습니다. 구르는 돌멩이 속에 들어가 물속에 놀아보기도 하고 겨울 고구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공주도 되고, 장군의 친구가 되기도 하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그래서 시인들은 늘 바쁜지도 모릅니다. 저도 노력하는 시인이고 싶습니다. 흡족할 만한 작품으로 이어지지 않아 길이 막혀 제자리걸음을 하여도, 만물과의 대화는 여전히 하고 싶습니다.

백담사 바위에 새겨진 만해 선생님은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덕분에 수백만 년 전 화석을 불러와서 그리운 임으로 환생 시켜 졸시 ‘화석’을 적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시공을 초월하며 무소불위 힘을 가진 시 쓰기는 유쾌합니다.

가보고 싶은 곳, 되어보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 골고루 경험하는 연극 무대에서, 주연처럼, 조연처럼 못할 게 없습니다. 언어를 고르는 글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움도 자라는 아름다운 시의 세계입니다.

오래전 적성교육의 한 부분으로 어린이들과 놀이를 한 적 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독후감 시를 적게 하고 연극도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울고 웃으며 불의에 분노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그 어린이들과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후 동시 쓰기를 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동서양 고대 현대를 이은 시의 세계는 높고 넓고 깊어 폭을 잴 수가 없고 가격도 모르지만 감동의 높이는 지금도 자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비한 시의 세계로 정진하는 분들의 갈고닦은 언어로 함축된 이미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눈시울 뜨겁게 하는 심쿵 한 문장으로 가슴 출렁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존경할 분들의 진솔한 글 그리고 무언의 메시지 담긴 사회, 역사, 철학, 애국 주제의 글은 옷깃을 여미게도 하였습니다. 한 장의 명절 인사장도 시의 품격이 느껴지는 감동이니 저에게는 모두가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글, 그런 시를 적어 심사하신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다시 부족한 작품을 선택하여 주신 심사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나눔이 필요한 겨울이 옵니다. 나눔에 훈기, 온기가 필요하듯 시의 소재를 보는 눈에도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는 은사님들을 떠올려 봅니다. 측은, 사양, 시비, 수오지심으로 정직한 시 쓰기를 강조하신 스승님들입니다.

만난 차례별로 말씀드리면 먼저 언어로 시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선명하게 보여 주라 하신 전 경북대 박재열 교수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지면으로나마 감사 인사드립니다.

두 번째로 ‘답화귀로마체향’을 예로 드신 커넬대 심후섭 교수님 솔선하신 80여 권의 책 인의예지신을 가르쳐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더불어 고산 도서관 문예 창작반 문우님들 김정순 선생님 김영도 선생님 특별한 여러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세 번째로 손진은 교수님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가 보여주듯이 섬세한 이미지 조각을 큰 작품화하는 강의로 귀와 눈 밝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따끈한 만남 김기연 선생님 면밀한 강의로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시의 길로 끌어 주신 유귀녀 선배님과 싸리울 문우님들, 목소리만으로 힘을 준 부산 춘희, 서울 대구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 전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부모님 ‘낙서’라는 소책을 내신 어머니, 살아계시면 기뻐하실 텐데 그립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과 사랑하는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들, 할머니가 늦은 나이에도 공부에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어디서든 힘써 배우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내 만복이 임하시기를 빕니다.

더하여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의 맑은 종소리가 오래도록 울려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