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대표·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기인 지난해 8월 국정 수행평가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왔다. 기자들이 “데드크로스가 나왔는데 인사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을 하자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여론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귀를 기울이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다. 여론은 대통령이 귀를 닫으면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는 정치가 아닌 거꾸로 국민의 이해를 요구하는 통치가 되는 것이 아닌가란 의구심을 가졌다. 대통령의 이 말은 취임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유효하게 국정운영에 적용되고 있다. 모든 것이 일방통행식이다. 대통령의 이런 독주를 곁에서 충언을 해줄 인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실망하고 분노에 찬 중도층이 먼저 떠났다. 뒤늦게 보수 본산인 TK에서도 국정 초기 지지율 60%대에서 지난달 말 45%로 곤두박질쳤다. 전국 지지율은 여전히 30%대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민심이 천심이라는 옛말은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민심을 외면한 정권의 종말을 역대 정부에서 숱하게 보아오지 않았든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첫째는 인사다. 예부터 정치에서 최고의 요체는 인사라 하지 않았는가. 그동안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은 ‘고시와 비고시’로 압축할 수 있다. 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여당대표 등 빅3는 물론 지휘부 대부분이 사법고시·고위관료·학연 등의 개인 친분 인사로 구성돼 있다. 임기 동안 사고가 나지 않게 관리에 능한 관료들만 대부분이니 개혁적이거나 도전적·창의적이고 장기적인 국가백년대계 같은 그랜드 비전은 연목구어다. 이런 특정 집단의 좁은 인력 풀의 돌려막기식 인사로 ‘MB2기 정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대통령의 인사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중동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을 맞잡았다. 이튿날에는 대표적 유림의 고향인 경북 안동 병산서원을 찾아 관계 인사들을 만났다. TK지역과 정통보수 지지층에 영향력이 남아있는 박 전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를 하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지지율 하락에 놀라 총선 위기를 실감한 듯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의 모양새는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다행히도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TK 달래기로는 지지율 끌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현 국정지지율 위기의 원인은 보수균열이 아니라 불통정책과 인사정책 등에 불만이 많은 중도층이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간에 윤 대통령은 당의 정치적 주요 자산인 인물들을 모두 들어내고 문제가 많은 측근과 낡은 인물들을 감싸 안은 결과가 지금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원조 윤핵관을 비롯해 측근으로 분류된 이들이 대통령과 정권에 폐해를 입힌 정도가 기여한 점보다 더 많았음을 국민들은 두 눈으로 보았다. 대통령이 이들 굴레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면 분야마다 전문적 실력과 합리성, 자질을 갖춘 새 인재들이 보일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내친 껄끄러운 이들을 다시 끌어안는 포용력도 보여야 한다. 공화정 정부의 대통령이면 이념을 떠나 모든 국민을 포용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큰 정치를 펴야 한다. 국민들이 문제점을 지적할 때가 새 정치를 펼 마지막 기회다. 대통령이 변해야 다가오는 총선에 여권은 기대를 할 수가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사익에 연연하지 말고 국익을 위한 대인의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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