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경북일보 청송객주 문학대전

임종을 앞둔 아버지
명치 부근이 우묵하게 패여 있었다.
오래 쓴 벼루의 중앙처럼
온갖 궁리를 갈고
곰곰이 붓의 뜸을 들였을 순간들처럼
아마도 마지막 먹을 갈고 있는 듯
숨을 따라 들썩였다
유언의 구절을 고르고
밭은 호흡마다 검은 먹물
가득 묻히고 있는 듯했다.

명치는 숨의 그릇이지만
마지막 그곳에 담긴 숨은
한 끼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악스레 매달렸던 온갖 회한들이
고이고 있었다.

참 많이도 갈았던 흔적,
닳은 만큼 비워낸 흔적이다
닳아서 얇아진 곳,
얇아져서 깊어진 곳
일생의 일기가 그곳에서 기록되었으며
할 말 못할 말 다 그곳에서
궁리 되었을 것이다

벼루의 가운데처럼
평생 갈고 또 갈은 숨이 바닥나고
모든 치명致命이
직전에 달해 있었다.
등과 뱃가죽이 붙어버린
우묵한 그곳에
숨 가쁘게
마지막 말을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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