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필자는 한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많은 희망을 걸고 낡고 선사후국(先私後國)식 586정치를 제거할 수 있는 장래성 있는 젊은 정치가로 생각하고 지켜 보아왔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둔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용산을 향한 언행이 비난과 조롱으로 일관하고 큰 정치의 꿈을 꾸고 있는 정치가로서의 식견과 국익을 앞세운 담론을 불행히도 듣지도 보지 못했다. 큰 정치가로서 가져야 할 덕성과 인품도 아쉬웠다. 최근 들어 신당을 논하면서 “1일 1%씩 당을 떠날 눈금이 올라가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한때 집권 여당 대표를 지냈다는 경륜과는 너무 먼 시정배들이 돈을 놓고 밀고 당기는 흥정과 다를 바가 없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발언의 기저에는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부터 친윤 핵심들과 줄곧 갈등을 빚어온 데서 비롯됐다고 필자는 본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징계문제를 두고 100여 일간 친윤측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더군다나 당 대표이면서 자신의 당을 피고로 소송까지 냈다. 당 대표라고 당을 상대로 소송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전 대표로선 억울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과 측근들이 자신을 당에서 몰아내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전 대표가 선 굵은 젊은 정치가로서 앞날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었으면 국민들은 많은 격려를 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국민 상당수는 그동안 이 전 대표가 장외에서 행한 거친 언사와 가벼운 처신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얻는 것 보다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 전 대표를 아끼는 많은 국민은 지금이라도 당내 문제를 내부 간에 대화로 조정하고 풀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최근의 이 전 대표의 거친 언사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서 열린 이 전 대표의 토크 콘서트장을 찾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미스터 린턴’이라고 부르면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면서 내국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듯 줄곧 영어로 말한 부분이다. 최소한 상대를 배려해서라도 손이라도 맞잡아야 했다.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얼굴도 외면한 채 인 위원장을 되돌려 세운 이 사건은 이 전 대표에게 흠집을 남겼다. 여기다 대통령과 측근을 ‘진짜 환자’로 지칭한 듯한 표현도 지나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요즘 이 전 대표가 거친 발언을 할 때마다 이 전 대표를 아끼고 대한민국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2030세대의 리더로서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지지자들 역시 ‘1%’씩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이참에 신당을 차려 새 정치를 펼치려면 당 지도부와 대통령을 향해 ‘잽’을 날리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집착하지 말고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듯 민주당의 비명계를 만나고 제3지대와 연대가 어떠하다니, 12월에 결단을 한다는 등 용산의 반응을 살피는 식의 얕은수는 정치를 모르는 필자 같은 사람도 이 전 대표의 속셈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전 대표를 보고 있다. 이들의 귀감이 되려면 주자의 잠언인 ‘수구여병(守口如甁) 방의여성(防意如城)’이란 말을 염두에 두고 언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알고 있겠지만 역대 정치인들 중 신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우리 정당사에 얼마나 많은 신생당이 포말처럼 사라졌는가. 그만큼 새로운 당을 만들어 이끌어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어느 쪽으로든 국익을 우선한 결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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