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내년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국민의힘이 기로에 섰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사퇴설과 혁신위원회 해산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민주당의 일방적 개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혁신위 안에서도 “이런 상황이 오면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당이 다 같이 죽는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인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계 의원에 대해 내년 총선에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지 열흘을 넘겼는데도 당내서 호응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초선의 비례대표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만이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김기현 대표는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면서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앞으로 두고 보자”고 했다. 대표적 중진으로 지목된 주호영 의원(5선·대구수성갑)은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칠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보였고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는 지역구 산악회원 4200명이 버스 92대를 타고 행사를 가진 사진을 공개하고 행사장에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총선인재영입위원장(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도 기자들의 질문에 “영남 중진 다 수도권 보내면 소는 누가 키우냐”며 “답은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당 중진들의 이 같은 불만이 표출되자 인 위원장은 자신이 권고한 ‘2호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위원회의 조기해산도 검토하고 있다는 김경진 혁신위대변인의 언급에 당 안팎이 긴장하고 있다. 김기현 당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인 위원장이 당내 인사들의 무반응에 배수진을 친 상태다. 그는 “나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 생각도 없고 정치권에 빚진 것도 없어 자유롭다”며 “제일 무서운 것이 자유롭다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론과의 대담에서 말했다. 이는 언제라도 위원장직을 던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 위원장은 15일엔 YTN 라디오에서 “한 열흘 전에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여러 통로를 통해 연락을 들였더니 직접 온 것은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을 내세우며 ‘2호 혁신안’의 수위를 높였다.

혁신위가 당에 요구하고 있는 ‘2호 혁신안’인 당 지도부·친윤·중진 수도권 출마 요구의 요점은 지지율이 저조한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단위 방책으로 풀이된다. ‘2호 혁신안’이 당내서 순조롭게 받아들여지면 당의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혁신을 요구한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비윤계 인사들도 당내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3선)도 지난 13일 ‘국민의힘·이준석·유승민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우리와 함께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갈 경우에 40-50석 이상 날아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0석이 안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 분석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징계사태와 연관된 당 지도부·윤핵관 등 여권내 주축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서만 국민의힘에 남을 것이며 여권이 국정 기조에 변화를 보인다면 이 전 대표가 당을 떠날 동력도 사라진다”고 했다.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중진과 친윤 핵심 인사들의 버티기 양상이 계속되면 국민의힘은 내부 파열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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