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내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현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1820억 원을 삭감했다. 이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국내 원전산업의 연구·개발은 멈추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폐기한 원전 생태계 사업이 복원 1년 만에 ‘도로아미타불’이 되게 됐다. 모처럼 활기를 찾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앞날도 하루아침에 ‘거뭄밤’이 되게 됐다. 이런 참담함의 모습이 대한민국 앞날을 보는 듯하다.

과반 의석을 훨씬 넘는 167석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의 예산 ‘전횡 편성’을 113석 국민의힘은 두 눈을 뜬 채 국가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장면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맞고도 앞으로 4개월여 남은 총선에 사욕을 앞세워 ‘나는 내 지역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식의 개인 영달에만 매달릴 것인가.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의 진로가 놓인 문제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에 대변혁이 올 수가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어느 당이든 과반수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운명도 결정된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 윤석열 정부는 곧바로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이 대표의 의도대로 정권이 ‘좌우지’된다. 민주당은 지금도 당선된 지 2년도 안 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던지 탄핵을 하겠다고 흔들어대고 있는 판인데 총선에서 과반을 넘기는 승리를 하면 좌파단체와 그 세력들의 퇴진과 탄핵 요구의 강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고 정국 혼란이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해진다. 가히 무정부 상태를 연상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으면 윤석열 정부는 3년 남은 국정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다. 민주당의 일당 국회도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나는 내 자신의 영달과 가족을 더 잘 먹여 살리기 위해 잘 닦아놓은 아스팔트 길을 갈 것이다”는 야욕을 보이는 의원들이 있다. 일부 중진들은 페이스북이나 SNS에 “소는 누가 키우나” “나는 내 지역구를 지키는 것으로 정치를 끝내겠다”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는 식의 거부 의사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이기적 국회의원이 있는 한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앞길은 ‘암담’해 보인다.

여기다 이준석 전 대표는 12월 27일을 D-데이로 정해 놓고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탈당해 신당을 차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국민의힘과 용산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낮은 국정 지지율의 책임은 일차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알랑거리며 자신의 보위를 위한 간언(奸言)을 해온 측근들의 책임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문제를 따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또한 대통령의 자존심을 유지해줄 만큼 평화로운 총선 정국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자존심도 내려놓아야 한다. 야생마처럼 좌충우돌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대표를 넓은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 한동훈 신드롬으로 총선을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 20% 내외의 ‘이준석 신당’ 지지율을 거품이라고 소곤대는 측근의 말에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면 내년 4월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필패할 확률이 높다. 이 전 대표는 아직은 청년층의 대표적 정치 ‘아이콘’으로 지지를 받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큰 정치인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윤 대통령도 큰 가슴을 펼쳐 이참에 반윤 인사들을 포용해야 한다. 그들이 요구하는 주장은 국가의 앞날을 위한 ‘쓴약’인 것이다. ‘입에 쓴약은 몸에 좋다’는 말이 있듯이 부디 쓴약을 물리치질 않길 부탁 드린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