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두 사람 모두 장래 대권 주자군에 속한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마쳤다. 부모는 지방 출신들이다. 둘 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다. 한 장관은 서울대를 거쳐 컬럼비아대 로스쿨 석사과정을 마쳤고 이 전 대표는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와 경제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대학을 다닌 수재들이다. 수재들 중에는 달변가가 드물고 눌변이 많은데 두 사람 모두 말솜씨가 뛰어나다. 나이는 한 장관이 50세지만 나이보다 젊게 본다. 이 전 대표는 38세의 혈기가 끓는 ‘젊은이’다.

두 사람은 요즘 모든 매스컴의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따른다. 국가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의 수장이 대놓고 ‘대중정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치권에선 볼 수 없는 전례에 없는 일이다. 임명직 장관이 팬덤까지 형성하고 ‘대선주자’급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포가 아무리 크더라도 감히 역린(逆鱗)을 거스르는 이 같은 행동은 권력자의 묵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추측을 자아내게 한다. 한 장관의 정치적 보폭은 날로 커지면서 정치 입문의 ‘커밍아웃’이 현실화되고 있다. 보수층 일각에선 그를 차기 주자로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의 인기는 ‘법무부 장관이 말하는 경제 이야기’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 ‘법무TV’ 강연에 120만이 넘는 조회 수가 기록되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농지개혁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디딤돌이 됐다는 점을 남미와 비교하고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이민정책에 해답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강연은 법무장관의 영역을 벗어난 의제다. 이런 그를 야당은 ‘윤석열 아바타’로 규정하고 있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야권의 공격 ‘스나미’를 어떻게 넘어설지 또 ‘윤 대통령의 아바타’이미지를 얼마나 빨리 벗어날지에 정치 생명이 달려 있다 하겠다.

신당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나이는 젊지만 일찍이 정치에 입문해 산전수전을 겪은 만큼 다양한 면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정치문법으론 해독이 잘 안 되는 정치인이다. 매스컴엔 연일 이준석 신당 뉴스가 도배질을 한다. 그런데 말은 무성한데 실체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언론의 관심을 끄는 현상이 기이하다. 그가 이달 27일을 D데이로 정했다고 하나 실제 창당을 할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그는 26세 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비대위원으로 영입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 후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거쳐 당 대표까지 지냈으나 정작 지역구에선 3번 출마해 3번 모두 낙선했다. 그래서 여의도 정가에선 ‘가분수’ 경력이라고 칭한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치밀한 언론플레이, 절대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자극적인 언사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다. 권력 개임에는 능란한 솜씨를 보이나 어떤 정치적 가치를 지향하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논쟁에는 늘 “내가 옳다”는 식이고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메시지 전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추진하는 신당도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애매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에 대한 복수심(復讐心)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그를 따르는 2030세대의 대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선 그를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 이달 27일 그가 당에 잔류할지 신당을 꾸릴지의 향방에 그의 정치생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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