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총선에 당 중진 희생이 필요하다”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요구에 김기현 당 대표는 “그간 고생하셨다”는 말로 혁신위 40여 일간의 활약을 끝맺음 한 것으로 보인다. 엊그제 국회서 회동한 김 대표와 인 위원장 간 15분 회담의 결론이다. 오는 11일 당 최고위에 혁신위의 요구 사항을 상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모습이다. 과연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어떤 묘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울산 지역구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대통령과 하루에도 몇 차례식 통화를 하고 밤 9시, 10시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자랑했다. 수백명의 주민들과 기자들 앞에서 소위 ‘윤심팔이’를 하면서 자신의 위상을 과시했다. 총선을 얼마 앞둔 시점에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된 장소에서 자랑하듯 발언을 할 만큼 정국이 한가한지 묻고 싶다. 집권당의 대표로서는 위상에 맞지 않은 가볍고 좀스럽고 듣기가 거북한 발언으로 보인다. 총선이라는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시점에 지역구를 찾아간 김 대표의 언행을 보니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위한 대책이 어떤 상태인지 대충 짐작은 간다. 김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인요한 혁신위’로부터 느닷없이 ‘당 지도부·중진·친윤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 권고’의 일격을 받은 충격과 당혹감을 짐작은 할 만하다. 그러나 그 스스로가 ‘윤심을 팔지 말라’고 인 위원장에게 경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되려 자신이 지역구에서 ‘대통령 운운’하는 모양새는 인 위원장을 겨냥한 듯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집권당 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당권을 잡은 ‘김기현 체제’가 결국 영남 기득권의 산물이자 친윤의 아성이라는 이미지만 더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당의 지지율이 30%를 밑도는 수도권 민심이 20%대로 떨어질 악수만 둔 셈이다.

당초 김 대표는 혁신위를 구성할 때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의 모든 부분을 혁신해 좋은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발족된 지 40여 일이 지났으나 혁신위가 지난달 30일 당지도부에 공식 요구키로 한 ‘지도부·중진·친윤 불출마, 험지출마’ 혁신안에 대해 김 대표가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혁신위는 김-인 합의안에 따라 오는 11일 최고위에 상정될 혁신안이 얼마나 수용될지에 따라 조기 해산 등의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이 같은 요구를 최종 거부하면 인 위원장이 ‘김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혁신위를 조기 종료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혁신위는 6일 있었던 인-김 회동 합의안을 두고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대책을 수립한다. 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혁신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오는 24일까지가 임기인 혁신위를 조기에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만약 혁신위가 이날 회의에서 조기해산을 결정하면 당도 치명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지금까지 혁신위는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었다는 의심만 확인시켜준 셈이 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된 혁신위 해프닝은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앞길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내적 혁신 없는 외연 확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께 한국갤럽이 조사한 ‘김기현 대표의 역할 수행 지지율은 응답자의 26%만이 ‘잘 수행하고 있다’고 했고 61%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생각하고 있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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