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한동훈 법무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구할 수 있는 인물은 한 장관 이외는 없다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 여론이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 장관이 엊그제 기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문호 루쉰의 저서 ‘고향’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일각에서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반박한 말이다. 사실상 정치 참여를 밝혔다. 그는 또 부연해서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의 이 말은 맞다. 임명권자의 눈에 맞추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입맛에 맞는 말 만하면서 몸을 도사려 온 ‘친박’ ‘친윤’ 등 과거 많은 정치적 인물들을 보아오지 않았는가. 지금도 여의도 주변에는 공천을 받기 위해 갖가지 꼬리를 흔들며 부나비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나대고 있다.

지난 주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로부터 한 장관에 대한 비대위원장 추대설이 나왔을 때 세간에선 민주당 측에서 한 장관을 ‘윤 대통령 아바타’라고 한 말을 공유하면서 한 장관이 과연 윤 대통령에게 소신 있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보였다.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용산쪽의 관계는 수평적 당정 관계가 아닌 수직적 당정 관계가 계속되어 온 만큼 과연 한 장관이 수평적 관계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특히 총선 입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인선 작업에서 외부의 압력에 칼날같은 잣대를 들이댈 배짱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 장관은 이런 의문에 “저는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총 이후 열린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갑자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설이 초선의원들과 일부 당협위원장들부터 집중적으로 나온 사실에서 당 내부에서도 용산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선출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벌써부터 ‘한 핵관’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한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를 강력히 내세운 초선들 가운데 몇몇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한 장관 추대에 총대를 메고 나선 데는 당무에 어두운 한 장관 대신 향후 공천 국면에서 실권을 휘둘러 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한 장관 비대위가 출범해 ‘한 핵관’이 나타나 설친다면 ‘공천 혁신’은 물건너 간 것이나 같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한 장관이 지금부터 주변에 몰려드는 정치 부나비들을 어떻게 정리를 해 나갈 것인지 그의 정치력의 잣대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비대위원장이 앞으로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의 문제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상하관계로 검찰에 함께 몸담았을 때와 장관 자리까지 오기까지 ‘큰 형님’처럼 자신을 돌봐준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역린(逆鱗)을 일으킬 수도 있는 민심을 과감히 말할 수 있느냐다. 여권에 금기어가 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세간의 여론도 어느 선까지 표명할 수 있는가도 한 장관에 대한 정치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친분이 깊었던 김 여사에 대한 특검과 명품백 수수 사건 의혹에 대한 ‘김건희 리스크’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 존립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1987년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등 정치개혁을 발표한 일명 ‘6·29선언’에 버금가는 각오와 배짱을 보일 자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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