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경북일보 청송객주 문학대전
다리쉼을 하다가 묵뫼인 걸 알았다
숲에 갇혀있는 소복한 슬픔
자손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 듯 팽개쳐진
무덤을 나무들이 그늘로 다독이고 있다
발아래 갈참나무 한 그루를 키우며
군데군데 녹태가 끼어있는 무덤은
천천히 숲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벼슬은커녕 가난의 업적밖에 남긴 것이 없는
아버지처럼, 무덤도 범부였을까
그 흔한 비석 하나 갖지 못하고
제수를 차려 올릴 상석도 없다
한도 슬픔도 표식 없이 다 묻어버린 무덤은
격식이 없어 차라리 편안하다
죽어서도 지킬 것이 많은 탓인지
문지기를 세워놓고 맹수를 기르는 무덤에서는
사람도 고라니도 쉬어가지 못한다
낮아지고 낮아져서 평장이 된 봉분의
몇 올 남은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쓸어보았다
손바닥에 잔 기침소리가 묻어난다
내일은 추석,
대물림한 가난과 살면서 늘 모자랐던
아버지의 잠처럼 초라한 묵뫼 앞에
나는 막걸리 한 잔을 따라올린다
밤을 쉬어 가는 야생의 눈빛들 쓰다듬으며
잠처럼 가라앉은 고요한 묵뫼
가지고 간 막걸리가 바닥을 보이고 나는
설핏 기운 하루의 꼬리를 밟으며
휘청휘청 산을 내려왔다